선거는 제로섬게임이다
선거는 제로섬게임이다
  • 안완기
  • 승인 2007.08.21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 정치에 대해 혐오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정치와 정치학까지 혼돈하여 정치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을 정치인 취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곤 한다. 이는 물론 이제까지의 한국정치과정에서 정치학자들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기대치에 대한 불만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학자로서 일관되게 주장해 온 “선거는 제로섬게임이기에 1%에 충실해야 한다”는 논리의 타당성이 이번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나라당당 대선후보 선출과정에 대해 관심이 있었든 없었든, 어떻든 선거과정은 드라마틱했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 선거 전 과정이 하나의 드라마였던 것처럼 최소한 한나라당의 후보선출과정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이는 하나의 공부거리였다. 선거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너무도 충분한 교재로 자리매김 되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8월 20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이명박 후보는 유효투표수 13만893명의 선거인단과 여론조사 대상자 5천490명으로부터의 득표수를 합산하여 계산한 결과 총 8만1,084표(49.56%)를 얻었다. 박근혜 후보는 총 7만8,632표(48.06%)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 계산법에 의하면, 이 후보는 대의원·당원·일반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6만4,216표(49.06%)를 얻어, 6만4,648표(49.39%)를 얻은 박 후보에게 432표를 뒤졌다. 그러나, 전체의 20%가 반영되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8.5%포인트(표로 환산시 2,884표) 가량 앞서 겨우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이점이다. 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누구든지, 특히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1.5%는 따라 잡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이다. 하지만 선거에서의 1.5% 차이는 100% 차이를 나타낸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이지만 박근혜 후보가 획득한 48.06%의 득표율은 결과적으로 제로인 0%의 득표율인 것이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기존 여론조사 차이를 넘어 이뤄지는 박빙을 보며, 패자나 승자, 나아가 향후 대선주자들은 선거과정에서의 후보자의 말과 행동, 특히 역사를 거스르는 표현이라든가 거짓이 우리 국민 정서에 얼마나 부정적으로 인식되는가를 되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5년 전 2002년 선거결과를 놓고 정치인들에게 조언하였던 핵심, “1%에 겸손하고, 1%에 충실하라”는 사실을 각인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 나라에서 선거를 통해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이를 철저하게 반면교사로 되새기며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승리가 관건이다. 승리가 아닌 다른 폼을 잡고자 한다면, 선거에는 임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는 분명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이다. 49.99%를 획득하여 0.01% 차이가 발생하였다 할지라도 승패는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17대 대선주자들에게 고하고 싶다. “선거에서 이기고자 한다면, 1%에 충실하시오. 1%에 겸손하시오”라고 조언하고 싶다. 또한 그러한 자세로 임기에 임하라고 충언한다. 대개의 경우 그러지 않았기에 한국에는 제대로 존경받는 정치인이 없다는 점을 각성시키고 싶다.

크든 작든 권력에 휩싸인 사람들은 스스로가 국민의 공복으로서보다는 오히려 권력의 노예가 되어 있지 않은지, 주변의 이기적인 충성자들에 의해 국민여론을 체감할 수 있는 언로를 차단당하고 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국민의 진솔한 얘기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참으로 존경받는 정치지도자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을 때 그 사회는 행복한 사회이다. 선거에서의 진정한 승리는 순간 이익을 쫓는 거짓에 의한 포장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더불어 공감하는 가슴 뿌듯한 행복을 추구하는, 바로 행복의 실현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