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
잘못된 만남
  • 이세리
  • 승인 2007.08.22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런 노래가 있었지.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내 친구도 믿었기에~’ 너무너무 유명한 이 노래의 제목은 ‘잘못된 만남’이다.

요즘 극장가에도 두 편의 ‘잘못된 만남’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와 ‘만남의 광장’이다.

전혀 다른 장르와 주제와 배경을 가진 두 영화지만 영화들은 잘못된 만남이라는 공통분모를 만들고 있다.

우선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각자 상대방에 배우자에게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영화 속 갈등구조를 만들어 낸다. 부드러운 남자, 용감한 여자, 냉정한 남자와 조용한 여자. 서로 완전 다른 이 네 남녀는 각자 결혼을 하고, 각자가 처한 환경에 적당히 궁시렁 거리며,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어 온 두 커플이다. 부드러운 남자(박용우)는 용감한 그의 아내(엄정화)와 가난하지만 재미난 삶을 살고 있었고, 냉정한 남자(이동건)와 조용한 여자(한채영) 역시 밝고 힘찬 모습은 아니지만 각자의 일을 존중하며 살아 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서로 테이블에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동반자와는 전혀 다른 그와 그녀에게 한순간 마음을 빼앗기고 아슬아슬 그들의 잘못된 만남을 시작한다.

영화의 후반 친구의 선상결혼식장에서 물에 빠진 두 여자(엄정화와 한 채영) 을 구하러 뛰어든 두 남자의 행동은 이 영화의 모든 갈등을 정확히 짚어주며 이 만남이 얼마나 위험한 만남이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또, 배우들의 이름만 보아도 충분히 코믹한 영화임을 알 수 있는 다른 한편의 영화 ‘만남의 광장’ 속 두 배우의 만남도 어이없기 짝이 없다.

삼청교육대를 졸업한(?) 산골마을의 새로운 선생님 영탄(임창정)은 마을이장과 그의 처제 선미(박진희)의 은밀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은밀한 현장 속에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었으니, 비밀을 알게 된 영탄을 입막음 하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되고, 비밀 사수를 위한 마을 사람들의 묘책은 바로 영탄과 선미와의 미팅주선! 하지만 이 묘책은 결국 잘못된 만남의 원인이 되고 만다.

지하굴을 통해 가야 만날 수 있는 두 사람. 과연 영탄이가 찾아간 선미의 집은 어디일까?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비밀은 무엇이길래 영탄이에게 선미를 선뜻 소개 시켜 준것일까?

이 두 영화의 인물들은 자의와 타의에 의해 그들만의 만남을 만들어 간다.

선자의 경우, 이렇다 할 싸움거리가 생기지는 않지만 그런다고 희극도 비극도 아니게 끝난 영화의 결말은 웬지 모를 찝찝함으로 남는다. ‘그들은 같이 사는거야 마는거야?’, ‘그래서 저길로 갈꺼야 말꺼야?’라는 의문과 여운만 남긴 체 말이다.

후자의 경우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을 하게 되지만 그들이 남아야 할 곳의 결론을 내려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두 사람의 결합 역시 쌍수를 들고 기뻐할 만큼의 일이 아닌 것이다. 영화 속 영탄이도 선미와 함께하긴 하지만 두고 온 다른 것들에 행복하지 않았기에 배에 올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 피천득 선생의 수필집 ‘인연’에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라는 가슴 시린 글귀가 있다. 이렇게 절제 된 마음도 있는데…. 그들은 너무 성급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