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에 가면 소금꽃 핀다
증도에 가면 소금꽃 핀다
  • 이소애
  • 승인 2007.08.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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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증도에 가면 소금꽃이 핀다.

국내 최대규모의 단일 염전인 태평염전이 증도에 있다.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5%가 증도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청실홍실이란 이름은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서, 서로 대화를 하고, 친밀하게 살아갈려고 단단한 각오를 한 부부들의 모임이다. 그래서인지 부부끼리 여행 중에도 타툼이 있다가도 “미안해”라는 말로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로맨스를 찾곤한다. 남편들은 우월감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퇴직 이후의 결혼생활에서도 대접 받기를 바라는 것 같다. 행복을 추구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강한 끈이 메어져 있다. 신앙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자세이다.

목적지 없이 떠난 우리는 앞차가 가는대로 뒤따를 뿐이다. 그렇게해서 멈춘 곳이 신안군 임자도로 떠나는 선착장이었다. 누구하나 감히 불만을 토하는 사람이 없다. 무조건 따르라는 암시적인 눈짓을 모두 감지했기 때문이다. 만일 어느 누가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서 불안하다고 하면 작년 영덕에서 대게를 먹었을 때처럼 폭탄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속의 불쾌감을 배우자에게 여과 없이 터트리기 때문이다.

하얀 깨꽃이 임자도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해변에 심어 놓은 해당화의 분홍빛 꽃이 열매 사이사이로 피어 있다. 나는 달리는 차 안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흰 해당화 꽃이다!”

겨우 두어 송이만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밤새도록 파도소리에 소설을 쓰다가 지우고 또 소설을 쓰고 했더니 머리가 아팠다. 원고지를 메꾸면서 쓴 소설이 아니고 가슴에 차곡차곡 써 내려가는 소설이라서 속이 답답했다.

새벽부터 쏟아지는 비. 바다를 두 동강이 낼 것 같은 천둥과 번개. 짐을 꾸려 증자도로 가는 동안 행여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치밀기도 하였다. 바닷바람에 몸을 부려 놓은 장대비는 하늘과 땅 사이에 빗금을 그으면서 쏟아지고 있었다.

달리는 자동차 앞 유리창에도 바깥 풍경들이 물에 잠기고 있었다. 카페리호에 몸을 싣고 증도에 내리자마자 해가 뜬다. 어촌의 염전을 지나면서 소금꽃을 보았으면 했지만 염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비가 왔기 때문이다. 그림 같은 염전을 보면서 마음이 저절로 풍요로워 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메마른 염전 가장자리 모래밭에는 나문재라는 명아주과의 일년초가 녹황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가늘고 긴 잎이 줄기에 빽빽하게 나있어 먹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팔월의 태양에 붉은 색채가 짙게 보였다.

증도에 다녀온 후부터는 매일 아침 출근 때마다 소금꽃을 본다. 소금꽃은 나의 승용차에서 핀다. 마치 숲의 향기가 코를 자극하는 것 같은 신선한 정신적인 충격을 주곤하는 꽃이다. 증자도 여행하는 동안 헨리고 부부에게서 받은 테이프다. 복음 말씀 강론 테이프를 듣는 동안 나는 세상에 나가 소금이 되라는 신부님의 말씀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버린다는 것은 비운다는 것과 통한다. 채우고 비우는 사람은 비워야 할 때를 알고 대처하지만 채울 능력이 없는 사람이 비워야 한다는 것은 강한 심리적 압박감을 준다. 배가 고파본 사람은 비우고 살아야 한다는 말에 불안감이 깔린다. 왜 그럴까?

마음과 눈과 귀가 열리지 않는 사람은 소금꽃이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에서 짧은 고민을 해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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