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경제학
배려의 경제학
  • 김진
  • 승인 2007.09.04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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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형래 감독의 영화<디워>를 두고 비평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일었다. ‘손석희의 100분 토론’에서도 양편의 주장을 들어 보았지만, 결과는 논쟁만 심화 된 채로 끝나고 말았다. 토론을 지켜보며 결론 없이 되풀이되는 논쟁에도 실망했지만, 패널들의 자기주장 방식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영화의 예술성이나 재미, 컴퓨터그래픽 등 여러 부문에 대한 비평은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명색이 대학교수라는 지식인이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일관하며 시청자들의 청각을 자극하려 용쓰는 것을 보면서 안쓰러움과 함께 박탈감을 느꼈다. ‘엉망진창’ ‘개판’ ‘꼭지가 돈다’ 등 공중파의 토론 방송에서 보기 힘든 과격한 단어들을 쏟아내며 <디워>를 형편없는 영화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방송이후 3주가 지났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800만이 넘는 관객들은 비평할 가치조차 없는 영화를 돈을 내고 본 것이 된다. 요즘 TV의 CF를 보면 ‘배려가 있는 주장은 아름답습니다.’라는 공익광고협의회의 광고가 자주 방영된다. 내용을 보면 ‘질서’ ‘존중’ ‘절제’ ‘배려’가 있는 주장은 아름답다고 한다. 사람이 말을 할 때 듣는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더욱이 그 매체가 공중파였다면 그 교수의 거친 표현들은 시청자와 관객을 배려하지 못한 무지라고 탓해도 이견이 없을 듯싶다.

* 돈이 들지 않는 ‘배려’

사회가 발전하다보니 이제는 ‘배려’가 경제학으로도 번져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배려마케팅의 성공 포인트'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기업이 고객 개개인에 대해 극진히 배려하고,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배려마케팅’에 충실해야만 고객들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치중해 왔던 고객관리시스템의 구축이나 기계적인 고객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진정한 배려가 핵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고객 배려에 대한 기업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지적했다. 새겨둘만한 것은 요즘 한창 번지고 있는 프리미엄 고객만을 위한 배려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필자 의 생각 역시 돈이 되는 상위 1%에 대한 서비스는 배려가 될 수 없다고 본다. 그건 단순히 고객의 돈에 대한 충성일 뿐이다. 보고서에서는 또 고객을 배려하려면 돈이 들 것이라는 막연한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했는데, 그 역시 맞는 말이다. 중국속담에 돈으로 시계는 살 수 있어도 시간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지만 잠은 살 수 없다고 했다. 고객배려의 요체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마음이어야만 할 것이다.

* 돈이 되는 ‘배려’

독자들도 기억할 것이다. 떨어진 신문을 다시 넣어 주는 데 몇 초, 버스 안에서 대신 벨을 눌려 주는 데 몇 초... 생활 속에서 배려를 강조한 따스한 광고를. 배려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필요하지만 꼭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려로 돈을 벌수는 있다. 일례로 서울을 자주 찾는 일본인들은 가급적 롯데호텔을 이용하는데 의외로 그 이유는 간단하다. 롯데호텔에서는 110V전원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일본산 면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작은 마음을 헤아려 주면 돈이 되는 것이 바로 ‘배려 마케팅’이다. 누군가 나에게 부딪힐까봐 꼭 등불을 들고 걸어 다녔다는 맹인의 이야기는 배려의 의미를 전해 준다. 그 등불은 앞이 보이지 않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상대를 위한 것이었다는 게 중요하다. 바로 그 점이 ‘배려마케팅의 순서’인 것이다. 고객에게 진정성을 보이고, 그 마음 씀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에 배려가 되는 것이다. 돈을 벌수 있는 방법으로 배려를 찾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배려가 될 수 없을뿐더러 돈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중·소상공인들이여! 이미 망했거나 망쳐가는 사업에는 ‘배려’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경희대학교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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