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은 21세기 전후를 기점으로 기존의 증산정책에서 친환경농업으로 일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지난 1997년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제정한 이후 매년 꾸준히 친환경농업육성사업을 개발하고 있으며 금년에도 10여 개가 넘는 각종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앙정부뿐 만 아니라 각 지자체들까지 경쟁적으로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농촌 현장에서 만나는 대다수 농업인들 또한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품질 친환경농산물로 가야 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이런 정부정책과 농업인들의 인식은 2001년 7월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 도입 이후 불과 5년 만에 인증건수와 인증물량이 무려 10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친환경농산물은 소비자들의 초기 형성과정이 착한커피를 마시는 사람들과 매우 유사한 형태로 넓어지는 추세에 있었으나, 더 이상 이러한 유형의 새로운 소비자층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을 찾지 않거나 소비가 줄어들어 나타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는데 조금씩 주저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간 이루어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비롯한 몇몇 소비자단체들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간과한 채 인증기관의 친환경인증 승인만을 얻고자 하는 일부 농업인들과 사후관리는 소홀히 한 채 육성에만 치우친 정부와 지자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전라북도는 다른 어느 지자체보다 농업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기존에 형성된 강원도의 청정이미지, 경기도의 지리적 이점 등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인증물량 증가는 어느 지역이나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전라북도 친환경농산물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착한커피와 같이 소비자들의 마음과 그들의 신뢰를 다시 찾는 일에 친환경농산물의 미래가 달려있는 만큼, 전라북도는 타도와 마찬가지로 인증물량 확대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100% 신뢰할 수 있는 ‘착한 친환경농산물’의 이미지를 선점하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머지않아 착한 친환경농산물은 진정한 경쟁력과 진정한 친환경농업 육성의 최고 브랜드가 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 김제출장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