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차별과 혐오범죄(Hate Crime)
사회적 차별과 혐오범죄(Hate Crime)
  • 김수원
  • 승인 2007.09.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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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범죄'(Hate Crime)는 ‘증오범죄’라고도 하며 자기 박탈감의 원인을 사회로 돌리고 이에 대한 증오로서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무동기형 범죄를 말한다. 그리고 '차별행위'는 기본적으로 평등한 지위의 집단을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불평등하게 대우함으로써, 특정집단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통제 형태 및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회적 차별과 혐오범죄는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혐오범죄의 발생은 사회적 차별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 주로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이며, 가끔 자신들이 사회에 대한 피해자라고 자처하며 혐오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또한 그들의 범죄대상은 노인이나 어린이, 여성, 소수인종 등이다. 또한 이들은 소위 ‘묻지마 차별’ ‘묻지마 범죄’의 유형으로서 자신들의 행위를 표출하는데, 아무 이유 없이 분노를 표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억울한 처우와 희생을 막고 다양한 종류의 폭력을 동반한 이들의 증오가 또 다른 새로운 증오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차별과 혐오범죄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이제까지는 정확한 유형에 대한 정보부족과 범죄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 소홀했던 것이 차츰 개념이 정립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증오(혐오)의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다. 증오는 ‘편견, 완고함, 선입견, 분노, 타인에 대한 혐오감 등을 모두 합한 개념인가’ 아니면 ‘아주 구체적인 대상이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의미 하는가’에 대한 혼란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증오에 대항해 싸우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돈키호테만큼이나 무모한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증오에 대항해 싸우는 것은 개인의 사고와 양심에 대한 제한으로서 헌법에 위배되는 행동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한편 증오범죄의 범인들이 “부조리한 사회구조에서 온 불행한 삶이 내가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원인이다”라고 항변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상관성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갈수록 증오의 원인과 종류가 ‘사랑’의 유형만큼이나 다양화되기 때문이다. 공포 때문에 생긴 증오가 있는가 하면 단순히 경멸 때문에 생긴 증오가 있고,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증오가 있는가 하면 권력이 없기 때문에 생긴 증오가 있다. 또 복수심에서 생겨난 증오가 있는가 하면 부러움이 변해서 증오가 된 것도 있다.

아울러 우리가 다양한 종류의 증오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현대적인 단어들, 즉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반유대주의, 동성애자 혐오증 같은 언어들도 사실 증오의 다양성을 전혀 표현하지 못한다. 이 단어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증오의 대상인 피해자들의 신분뿐이다. 이것만 가지고는 가해자의 신분과 생각을 알 수가 없다. 또한 이 단어들은 심지어 희생자의 생각이나 느낌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관련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와 관련된 이론에서 나온 무슨 무슨 ‘주의’에 대한 단순한 묘사보다는 이러한 ‘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 원인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인권의 가치를 이용하여 차별과 혐오범죄를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구가 시급하다.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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