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단일민족 개념 극복해야
이제는 단일민족 개념 극복해야
  • 이인철
  • 승인 2007.09.09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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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할 일없이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우연히 지역 민방에서 방영하는「내 이름은 메셀」이라는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시켰다.


아직 애기 티가 채가시지 않은 23살의 필리핀 아가씨가 14년째 갑상선종양에 시달리는 어머니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대학을 중퇴하고 전북남원에 시집와 병든 남편과 어린딸, 시어머니를 뒷바라지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메셀이 시집온 지 얼마 안 돼 신발도매업을 하는 남편은 사업에 실패하고 지금은 온몸이 경련이 일어나는 신경성 스트레스 장애까지 겹쳐 하루하루를 약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는 친정어머니의 병원비 마련은 물거품이 됐지만 오직 가족들을 보살피기 위해 매일 새벽6시부터 노점상을 하는 70대 시어머니를 따라나서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려가는 메셀씨의 모습이 여느 한국인 며느리 못지않다.


다행히 방송국의 초청으로 한국에서 갑상선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딸만을 남겨둔 채 흐르는 눈물을 참으며 비행기에 오르는 메셀씨의 친정어머니 모습을 볼 때 외국인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도 메셀씨처럼 한국며느리를 대신해 외국인 여성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여성들이 결혼 등을 통해 가정을 꾸린 숫자는 도내만도 3천여명이 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7만3천여명이 넘는다. 여기에 남성결혼이민자를 포함하면 8만3천여명이 넘는다. 계층 간 소득격차가 심해지면서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농촌총각이나 도심지 근로자들이 신부감이 없어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아온 근로자나 투자가, 영어강사 등을 포함하면 지난 90년 5만명이던 국내체류 외국인수가 지금은 백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우리사회의 관심은 어떤가? 아직도 사회적 편견과 멸시로 외국인과 그 2세들이 심한 따돌림을 받거나 문화적인 차이로 사회활동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법적차별도 여전하다. 몸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에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구제를 받지 못해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탈법적인 결혼중개로 남편에게 학대받거나 무허가 결혼중개기관의 농락으로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례도 많다.


여성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우리국민의 63.6%가 아직도 우리민족을 단일민족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행히 72.6%가 세계화 흐름 속에 단일민족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나 외국문화를 대하는 우리사회의 태도는 49.4%가 배타적으로 아직도 우리국민의 절반정도가 부정적인 평가다. 급기야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외국인 거주자와 혼혈인이 크게 늘어난 한국사회는 이제 다민족사회가 된 만큼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은 다양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초·중등학교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또 인종차별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헌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세계는 곳곳에서 소수민족의 해방전쟁이나 인종분쟁으로 인한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는 2005년 프랑스 인종소요사태에서 빈곤과 차별에 시달리던 아랍과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의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경험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외국인노동자나 이민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갈수록 자국민과 이방인과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인들의 해외진출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670만 명 이상의 재외 동포들이 173개 국가에 분산되어 있다. 이 가운데 거주국의 국적을 갖고 있거나 영주를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도 85%인 515만여명이다.


이제 우리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해서라도 또는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을 극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더 이상 한국인만 모여살수 있는 세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민족·다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제고되어야 하며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배려는 물론 결혼이민자 가족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각종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익산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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