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국민이 고민할 때이다
이제는 국민이 고민할 때이다
  • 김복현
  • 승인 2007.09.1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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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은 유별스러웠다. 무더위도 그랬고 ‘장마부활’로 8월 한 달을 줄곧 비와 함께 했다. 도깨비 같은 집중호우에 일기예보는 빗나가기 일쑤였고 그래서 우리는 영국인들처럼 햇볕이 쨍쨍한 날에도 우산을 챙기는 일도 있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장마철이 사라지고 열대지방의‘우기’로 변한 것일까? 그야말로 2007년의 여름은 비, 비, 비로 기억될 것 같다. 어느덧 세월은 오곡백과가 무루 익어가는 가을 그리고 우리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이 눈앞에 닥쳐왔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잠시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생각하면서 선인들의 유머와 감동이 서려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종대왕께서 가장 신뢰했던 신하가 바로 황희 정승이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황희 정승이 어느 날 시골 길을 가다가 쉬어갈 겸 해서 쉬려고 주변을 살펴보니 농부가 소두마리로 밭을 갈고 있는 것이었다. 밭을 갈고 있는 농부에게 황희정승이 큰 소리로 물어본다. ‘이보시오’ 누렁이와 검둥이 소 중 누가 더 일을 잘하지요? 이 질문을 들은 농부는 일을 멈추고 황희 정승에게 다가와 정승의 귀에 대고 ‘누렁이가 일을 더 잘 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그 간단한 말 한마디를 하기위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내 귀에다 대고 말 한 연유가 무엇인가 물으니 농부는 검둥이가 들으면 상심할 것이 아니냐고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매일 신문지상과 방송을 통하여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고 있다. 모두가 하나같이 나름대로의 공약을 내놓고 자신이 대통령의 적임자라고 주장을 하면서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농부와 정승과의 짧은 대화에서 보듯이 말 못하는 검둥이를 배려하는 생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가 무엇이며 국민들이 진정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만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어떤 정책으로 이를 성공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못하다. 특히 급변하는 국제사회나 주변국가와의 관계는 물론 그들 국가를 능가할 정책은 찾아볼 수도 없다. 지금은 국민을 감동시킬 인물들의 진면목과 그 원대한 비전들의 향연을 보면서 가장 이상적인 인물을 선택하기 위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때임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상대편의 흠집을 들추어내고 진위여부와는 무관하게 부정적 여론 몰이로 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이다.

최고의 리더인 대통령은 일반 시민과 다른 ‘리더의 길’이 있어야 한다. ‘노블레스-오블리주’이다. 리더의 의미로 노블레스(Noblesse)요, 오블리주(Oblige)는 강제성을 띤 의무와 책임의 의미이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서 로마시대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정신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유래됐다. 리더의 길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책임일까? 하나는 국가를 적으로부터 보호해야하는 ‘국가안보’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이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안보 경제’에 대한 책임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정권재창출이냐 정권탈환이냐, 진보냐 보수냐, 호남이냐 영남이냐, 도덕적이냐 부도덕적이냐 걸고 소모전을 펴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 같은 소모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모전에서 승리하는 승자를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독재주의와 다른 것은 다양성이 무엇보다도 존중받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들은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내가 아니면 안 되고, 이념이 달라서 안 되고, 당이 달라서 안 되고, 지역이 달라서 안 되고, 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큰일을 하고자 하는 목표와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누구든지 대통령이 되면 어떤 큰일을 하고자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는 무엇인가? 국가안보와 경제문제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가? 이를 위한 비전과 목표는 있는가? 그리고 국민들이 즐겁게 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있는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넉넉한 한가위가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익산 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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