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미학
나눔의 미학
  • 이영조
  • 승인 2007.09.2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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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하늘은 높아지고, 아침저녁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설, 단오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명절로 꼽히는 추석을 다른 말로 한가위라고 하는데. 여기서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옛말이다. 즉, 음력8월15일인 한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으로 '길쌈'이란 실을 짜는 일을 말한다. 신라 유리왕 때 한가위 한 달 전에 베 짜는 여자들이 궁궐에 모여 두 편으로 나누어 한 달 동안 베를 짜서 한 달 뒤인 한가윗날 그동안 베를 짠 양을 가지고 진편이 이긴 편에게 잔치와 춤으로 갚은 것에서 '가배' 라는 말이 나왔는데 후에 '가위'라는 말로 변했다. 또 한문으로는 '가배'라고 한다.

또한 한가위를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 하여 풍요로운 가을의 가운데 있는 좋은 계절이라 한다.

땀 흘려 가꾼 곡식을 거두는 이즈음은 1년 중 가장 풍요롭다.

결실에 감사하고 가족들과 정을 나누는 뜻 깊은 명절이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한가윗날에는 ‘우리’라는 공동체적 의미를 중요시 여겨 왔다. 풍요로움은 ‘나눔’의 실천으로 배가 시키고 항상 ‘나’를 ‘우리’라는 테두리 속에 두었다.

한가위를 앞두고 선조들이 실천해 왔던 ‘나눔의 미풍’을 떠올려보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모두에게 즐거워야 할 한가위가 힘겹고 서러운 명절이 되어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점점 늘어나는 수많은 실직자들, 부모 없는 아이들, 자식에게 조차도 도움 받지 못하는 노인들, 외국인 노동자,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장애인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해마다 한가윗날이면 이웃을 돕기 위해 각계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양로원과 보육원등 각종 사회 복지 시설을 찾는 발길이 조금씩 늘어가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형태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눈다는 것에 인색하다. 가진 것이 없어서 안 된다는 생각이 나눔의 실천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쁘게 살다보니 주위를 둘러보는 일이 쉽지도 않지만 그만큼 세상인심이 각박해 졌다는 핑계를 대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이웃을 서로 돕는 전통을 많이 갖고 있다.

향약, 계, 품앗이 등 여러 형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뭄이 들거나 하여 마을이 곤란에 처하게 되었을 때 마을의 부유한 사람이 곶간을 풀었다는 얘기가 많다. ‘나눔의 정신’을 사회화한 대표적인 행위가 ‘기부’이다.

이웃을 위해 피땀 흘려 모은 자기 것의 일부를 내어 놓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고자 ‘1%클럽’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다.

자신의 수입 중 1%를 사회봉사 활동에 사용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캠페인으로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90년 ‘경단련 1% 클럽’이 발족돼 도요타자동차, 일본 IBM 등 수백여개 법인과 수천여명의 개인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3월 ‘전경련 1% 클럽’이 발족돼 지금은 활동하는 법인과 개인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이다. 나눔이라는 것은 꼭 물질적인 것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일부분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쓴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또한 따뜻한 말 한마디와 온유한 눈길 하나가 이웃을 기쁘게 한다.

함께 기쁨을 나누거나 아픔을 같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보릿고개를 넘기고 끼니를 근근이 때우던 옛 시절,

가난한 이웃들을 보듬고 이웃과 풍요의 기쁨을 나눴던 그 시절의 넉넉한 마음을 되새기며, 맷방석처럼 떠오르는 보름달에서 여유로움을 배워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사회가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전라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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