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묻힌 대선이슈
경제난에 묻힌 대선이슈
  • 박기홍기자
  • 승인 2007.09.26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절 최대 화두, 정치보다 먹고사는문제
얼어붙은 경제에 대선 이슈가 파묻힌 추석이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가족들과 친지, 친구들을 만난 귀향객들은 모처럼 고향에서 얘기꽃을 나눴으나 장기불황 탓에 희망보다 좌절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농촌 들녘엔 갈수록 생활형편이 어려워 먹고 살기 힘들다는 수심이 가득 찼고, 도심지 곳곳에선 자녀 취업난을 걱정하는 하소연만 터져나왔다. 전북에서 계속 살아야 하느냐는 자괴감 섞인 절망의 푸념도 들려왔다. 지역구를 찾은 정치인들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관심은커녕 “경제가 엉망이다”는 따끔한 질책을 들어야만 했다.

여당의 텃밭인 까닭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경선에 대한 관심이 오갔으나 그래도 삼삼오오 모인 대화의 화두는 단연 경제였다.

국회 이광철 의원(전주 완산을)은 “솔직히 대선 얘기도 적잖았지만 경제가 왜 이 지경이냐는 질책을 더 많이 접했다”고 전했다.

황현 도의원(익산3)은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하다 보니 대선 등 정치이슈가 뒤로 밀린 모습”이라며 “특히 개방 파고를 넘어야 하는 농민들은 ‘살기 팍팍하다’며 거친 불만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한인수 도의원(임실2)도 “갈수록 빚만 늘어간다는 주변의 호소를 많이 접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고향을 찾았다는 김영철씨(48)는 “지방의 경기가 너무 썰렁해 깜짝 놀랐다”며 “수도권에서 점차 달아오르는 대선 분위기를 전북에선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명절 특수는커녕 평소에도 상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자영업 친구들의 애끓는 호소에 가슴이 아팠다”며 “아예 수도권으로 이사하겠다는 친구들의 문의도 몇 건 접했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에 실업 문제까지 겹쳐 올 추석 바닥 민심은 더욱 썰렁했다. 전북은 청년실업률이 11%를 오르내릴 정도로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전주시의 이정순씨(57)는 “대기업이 전북에 들어온다는 소리를 들었는데…”라며 “대졸을 앞둔 둘째 아들의 취업이 걱정돼 가족이 대책회의만 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4년째 취업준비 중인 박모씨(32)는 “연휴 5일 동안 부모님의 취업걱정, 결혼걱정에 죄인처럼 몸 둘 바를 몰랐다”며 “주변을 보니 직장을 잡지 못해 아예 고향에 내려오지 않은 친구, 선후배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선 후보마다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데, 지방대 출신에게는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며 “정치인들의 구호를 접할 때마다 분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