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지합(二姓之合)의 갈등과 화합
이성지합(二姓之合)의 갈등과 화합
  • 한기택
  • 승인 2007.10.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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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 분석에 따르면 ‘시댁 및 처가와의 갈등’을 이유로 이혼한 사건의 절반 이상이 설 전후 두 달 사이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명절 스트레스??가 부부간의 갈등을 격화시켜 이혼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추석에도 시댁과 친정 중 어느 곳을 먼저 가야 하느냐의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옛부터 “이성지합(二姓之合)은 만복(萬福)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어떤 어머니가 자기 딸이 시집을 가서 깨가 쏟아지게 잘사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우리 딸은 아침이면 가정부가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고 나서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고, 점심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고 골프를 친 뒤에 오후 4시쯤에 집으로 들어온다”면서 팔자가 늘어졌다고 자랑을 했다.

그러자 한 어머니가 “그 집 며느리는 살림 잘해?”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며느리를 잘못 얻은 것 같아”하면서 하는 말이 “우리 며느리는 아침이면 가정부가 차려준 밥을 처먹고 나서 수영장에 가서 수영하면서 놀고, 점심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을 처먹고 골프를 친 뒤에 오후 4시쯤에 집으로 들어온다”며 며느리가 집안 일은 안보고 노는데 만 정신이 팔렸다며 며느리를 잘못 얻었다고 투덜댔다.

딸과 며느리가 하루를 지낸 일정을 보면 똑 같다. 그런데도 이 어머니는 ‘딸은 팔자가 늘어졌다’고 하고 ‘며느리는 잘못 얻었다’고 말했다.

이 미운 며느리를 내 딸이라는 생각과 관점으로 보았다면 아마 ‘팔자가 늘어졌다’고 했을 것이다.

이성지합(二姓之合)하는 부부의 양가는 자녀교육관, 생활환경, 살아온 습관, 생활양식, 가정문화, 부모 및 결혼 당사자의 성격 등에 다른 것이 많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교육을 잘 받았다고 해도 시댁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처음부터 잘 적응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극히 일부의 부부는 결혼 후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부간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으로 이혼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니 걱정이다.

옛날에도 고부간의 갈등이 심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옛날 어느 마을에 어머니와 외아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 외아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죽기보다 싫었다고 한다. 그러니 외아들은 어머니와 부인사이에서 죽을 지경이었다.

고부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아들이 부인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것은 ‘어머니를 시장에 내다 팔자는 것’이었다.

이 제안을 듣고 며느리가 시장에 가보니 노인들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시어머니를 내다 팔면 돈도 벌고 보기 싫은 시어머니를 갖다 버리는 것이니 참 좋은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아들은 살이 찐 고운 노인이라야 잘 팔릴 뿐 아니라 비싼 값을 받고 팔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말을 들은 며느리는 보기 싫은 시어머니를 꼭 팔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맛있고 좋은 것은 다 갖다 먹였다. 덕분에 날이 갈수록 시어머니는 양쪽 볼에 살이 붇고 얼굴은 뿌옇고 예뻐져 갔다. 영문도 모르는 시어머니는 매일 며느리가 맛있는 걸 갖다 주고 잘 해 주니까 점점 며느리가 좋아지게 되었고, 며느리를 대하는 모습이 달라지자 며느리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어머니를 싫어하는 감정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어느 날 아들이 “오늘, 어머니를 시장에 내다 팔자”고 말을 하자, 며느리는 그렇게 할 수 없노라고 하면서 펄쩍 뛰었다고 한다. 아들의 현명한 생각으로 그 이후 고부간에 사이 좋게 잘 살았다고 한다.

이성지합(二姓之合)의 화합은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며, 조금씩 양보하고 동화하려는 꾸준한 노력과 대인관계의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해 본다.

<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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