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무료합동 결혼식
장애인 무료합동 결혼식
  • 김민수
  • 승인 2007.10.23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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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번번한 결혼식도 못해 줘 미안했는데 이렇게 여러분들이 도와주어 감사합니다”

23일 오전 10시 30분. 전라북도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10쌍의 장애인이 합동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가장 연장자인 전병길(71·고창군)씨는 아내 김귀녀(68·여)씨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고, 김씨는 기쁨과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결혼식은 (사)전라북도신체장애인협회(회장 이두식)가 8년째 주최한 것으로 이날도 어려운 생활환경으로 결혼을 하지 못한 박정우(47·지체 3급·김제시)씨와 은현순(47·여·지체 4급) 등 장애인 10쌍이 합동으로 무료결혼식을 올렸다.

대기실에서 떨리는 마음을 달래고 있는 사이 행사장에선 누리국악예술단의 공연이 있었고 부모님 대신 심정연 전북도 복지여성국장이 촛불에 점화를 했다.

500여 명의 뜨거운 축복을 받으며 동시에 입장한 10쌍의 부부는 전북대학교 서거석 총장의 인도로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 낭독이 이어졌다.

서거석 총장은 주례사를 통해 “믿음을 바탕으로 부부가 함께 모든 일을 헤쳐나간다면 그 어떤 시련에도 넘어지지 않고 행복의 길로 나갈 수 있다”며 “서로 존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25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지체장애 3급 이춘형(48·완주군)씨는 “아내는 늘 나를 믿고 따라와 주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저에게 희망이 돼 준 아내를 웃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너무 늦은 결혼식이지만 나를 믿고 기다려준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그동안의 아내에 대한 미안함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10쌍의 부부는 내장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나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한편 신체장애인협회는 지금까지 모두 113쌍의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동거 장애인들이 결혼을 통해 새로운 삶을 출발하고 재활의식을 가지고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계기를 심어주고 있다.

이두식 회장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파란 하늘, 파란 세상을 만들어 오신 것처럼 더 깊은 사랑과 의지와 믿음으로 삶을 개척해 보람된 인생의 승리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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