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선진 농업강국 네덜란드
⑥ 선진 농업강국 네덜란드
  • 김강민
  • 승인 2007.10.17 16: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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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새만금 5배 간척농지, 생산성 세계 1위
네델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에서 북동쪽으로 35km 떨어진 플레볼란트 간척지.

최첨단 매립공법을 통해 지난 80년대 초 완공된 이 지역은 네델란드 간척지 중 가장 성공적인 농경지로 손꼽히고 있다.

새만금(33km)과 비슷한 길이(32.5km)임에도 내부가 곡선으로 이뤄져 있어 실제 개발면적은 새만금의 5배에 달하는 22만5천ha의 넓은 면적을 지닌 이곳은 ‘식량 안보’의 필요성 때문에 1927년 처음 공사가 시작됐다. 유럽대륙에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외국 수입품에 주로 의존했던 네덜란드 농산품들이 품귀현상을 빚었고 부족한 국토를 보충할 수 있는 간척사업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에 어느 지역보다 먼저 간척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간척지 개발 초기 완공된 1·2차 개발지역은 당초 개발 취지에 맞춰 농지 비중이 높았지만 3·4차 매립지역은 산업용과 주거용 비중을 더 늘려 종합적인 경제발전 효과를 거둔 게 특징이다. 실제로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3개 담수호(총 면적 12만5천㏊)는 네덜란드 북동부 지역에서 핵심적인 수자원 제공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간척 농경지를 바탕으로 네델란드는 농산물수출 세계 3위, 농지 ㏊당 생산성 세계 1위, 농산물 무역흑자 세계 2위의 성적표를 남겼다.

국토 면적(4만1천540㎢)이라야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국토의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을 정도로 열악한 자연환경을 지닌 네덜란드가 이처럼 우수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잘살 수 있다”는 농민들의 자신감과 자부심, 클러스터(협동조합)와 산·관·학 공동 보조 등 뿌리 깊은 협력 전통, 유기농 연구 등 농업 각 분야의 창의적인 미래 전략이 선진 농업 인프라스트럭처 구조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 스스로도 끊임없이 재교육 투자에 나서고 있고 정부도 유기농업 전환과 같은 구조적인 변화, 농민들의 영농기법 연구활동 등을 지원하는 데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농업도 서비스 산업’이라는 새로운 의식 전환이 이뤄지면서 이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어떠한 문제가 닥치더라도 유기적인 변신을 시도,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 네델란드인들의 국민성이야말로 세계적인 농업강국으로서의 네델란드의 명성을 높이는 기본 베이스라는 평이 있다.

실제 전통 농업강국인 네덜란드도 지난 2000년대 들어서는 새로운 시험대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이 출범하면서 동유럽 저가 농산물 수입 확대와 광우병 파동에 따른 위생 염려, 미국 측의 시장 개방 요구와 정부보조금 철폐 압력 등이 맞물리면서 산업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을 요구받았던 것. 이와 함께 3년 전부터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축산농가 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어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네델란드는 이 같은 농업위기 속에서 ‘3P 정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농산물 품질 혁신과 산업구조 개편을 유도,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3P 정책은 이익(Profit), 인류(People), 지구(Planet)의 머리글자를 따온 개념으로 농업도 2·3차산업처럼 시장논리에 맞춰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하며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안전한 식품위생과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토지 사용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정책이 가능한 것은 네델란드 농업당국의 막강한 파워 때문이라는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개념으로 농림수산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통합한 개념인 ‘농업자연관리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부처는 경제부 사회고용부과 함께 네덜란드 산업정책 3각 편대에서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또 2015년까지 ‘농업을 위한 선택’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제2 농업 중흥기를 선도하고 있다.

애드 테르모쉬젠 바게닝겐대 교수는 “이곳 농업대학 교수들은 대부분 농가 현장에서 의무적으로 출장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학교 측과 연구 계약을 맺고 공무원들도 수시로 농업 현장에 나가 농민들에게서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이를 정책에 반영한다”고 소개했다.

네덜란드가 농업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R&D 모델은 공무원, 교수, 농민, 컨설턴트 등이 공동으로 미래 전략을 연구하고 이를 농가 현장에서 적용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농업의 강점은 뿌리 깊은 클러스터(협동조합) 제도를 유지하며 농업을 고부가 산업으로 특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네덜란드 최초 협동조합으로 1896년 설립된 라보뱅크도 당시 농업 분야 불황으로 인해 농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자금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다.

네덜란드는 범세계적인 농업 위기라는 거친 파고를 뛰어넘기 위해 EU 회원국과 공동 보조의 고삐를 더욱 단단하게 조이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은 최근 3~4년 전부터 유럽형 농업모델을 국제적 기준으로 만들기 위해 연합전략을 추진해 왔고 유전자 변형 농산물 규제와 원산지 표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인터뷰)농업실용교육센터 테모쉬 교수

“농산물 시장 개방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농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생산하고 농민 스스로가 이를 소비자들에게 적극 홍보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암스테르담 동남쪽으로 100km 떨어진 바르너펠트 지역에 위치한 농업실용교육센터(PTC)의 테모쉬 교수는 “농산물도 자동차나 휴대폰처럼 소비자 마케팅이 선행됐을 때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PTC란 네델란드를 세계적인 농업강국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얻고 있는 농업전문 교육기관으로 농민들이 품질개발이나 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펼치면서 매년 수천명에 달하는 농업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테모쉬 교수는 “고부가가치 농업이란 친환경 유기농법이나 특화작물 재배처럼 시장에서 차별화된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생산기법”이라고 정의하며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적극적인 전환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델란드는 고부가가치 농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90년부터 유기농법을 도입하는 농민들에게 최소 2년간 일정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안정적인 소득창출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농민 숫자가 경작 규모에 기초를 둔 농가 지원보다는 고부가가치 농법으로 전환하는 농민들에 대한 맞춤형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농업 장려책에 힘입어 현지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작물, 경영 기법을 도입한 결과 유기농산물 시장이 해마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유럽 농산물 수출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민들이 품질개발이나 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펼치면서 네델란드를 세계적인 농업강국으로 이끈 PTC도 대학발전과 더불어 시 전체가 농업발전 연구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테모쉬 교수는 “이곳에서 배출된 전문인력은 농산물 생산현장은 물론 농산물 유통기업, 농자재 제조업체 등으로 진출한다”며 “최근 3년 전부터는 환경 파괴가 없는 친환경 농업 공법, 지속개발이 가능한 품질관리, 건강·영양학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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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수 2009-03-14 11:53:00
서짐 농업강국 네덜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