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후보확정까지 질곡의 행보
鄭 후보확정까지 질곡의 행보
  • 이병주
  • 승인 2007.10.15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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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막판 휴대전화 투표에서 손학규 후보가 일으킨 ‘모바일 바람’으로 예측불허의 상황을 연출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결국 정동영 후보의 압승으로 귀결, 대역전의 드라마는 연출되지 않았다.

초반 8연전의 압도적 우위로 구축된 ‘정동영 대세론’은 불법·동원선거 논란과 ‘ 폰심’을 등에 업은 손 후보의 대추격으로 한때 위협 받기도 했으나 결국 결전의 날인 15일 승리의 여신은 정 후보를 선택했다. 정 후보로서는 5년전 민주당 경선에서 겪었던 1승15패의 쓰라린 아픔을 딛고 ‘ 재수’ 끝에 대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게 된 셈이다.

참여정부 들어 통일부 장관, 두 차례의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내며 여권에서는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올랐던 그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지고 당 의장에서 불명예 퇴진, 시련을 맞았지만 이후 2개월의 독일체류와 민심대탐방, 평화대장정을 거치면서 권토중래를 꾀했다.

그는 범여권 정계개편이 진행중이던 지난 4월 노무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정치적 결별을 고하면서 비노(非盧) 진영의 선봉에 섰고 6월18일 “대통합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자신이 주도적으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을 전격 탈당, 대통합 흐름에 몸을 실은 뒤 7월3일 “경제를 위한 평화대통령”을 기치로 두번째 대권 출사표를 던졌다.

8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대통합파, 손학규 후보의 합류로 신당이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정 후보의 입지는 좁아만 보였다. 한나라당 탈당후 범여권 지지도 부동의1위를 기록하며 범여권의 ‘러브콜’을 받았던 손 후보에게 지지도는 한참 못미쳤고 친노(親盧) 대표주자인 이해찬 후보가 ‘노심’(盧心)에 기대어 뒤늦게 레이스에 뛰어드는 등 반노(反盧)-친노 주자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후보는 범여권 ‘적자론’을 전면에 내세워 9명의 후보가 겨룬 9월초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불과 0.3% 포인트의 차이로 선두 손 후보를 턱밑까지 따라붙으면서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

이후 당 지도부가 당헌까지 바꿔가며 손 후보측이 요구한 여론조사를 본경선에 반영키로 하면서 한차례 걸림돌을 맞았으나 9월15, 16일 제주.울산, 강원·충북에서 치러진 본경선 초반 4연전에서 큰 표 차이로 1위에 올라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정 후보가 29, 30일 광주·전남, 부산·경남 ‘슈퍼 4연전’에서도 1위를 싹쓸이하면서 ‘손학규 대세론’은 ‘정동영 대세론’으로 바뀌었고 한동안 정 후보를 짓눌렀던 여론 지지율도 꿈틀대면서 손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남은 경선 일정은 정 후보에게 순풍에 돛을 단 형국처럼 보였다. 그러나 ‘버스떼기’, ‘명부떼기’ 등 불법.동원선거 논란을 둘러싼 손, 이 후보측의 협공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고 당이 수사의뢰한 노무현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에정 캠프측 정인훈 서울시의원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면은 바뀌기 시작했다.

손, 이 후보는 지난 2일 새벽 심야회동을 통해 정 후보측의 불법.구태선거 문제를 들어 경선일정 전면중단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로 인해 전주·인천 합동연설회가 취소되는 등 경선 자체가 중대기로에 처하자 당 지도부는 결국 남은 8개 지역 순회경선을 전면 취소하고 14일 일괄경선을 치르겠다는 ‘원샷경선’ 방침을 발표했다.

정 후보 스스로 “당에서 내가 완전히 포위됐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당내에서 ‘반정’(反鄭) 연대가 확산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맞은 것. 정 후보는 고심 끝에 5일 원샷경선 카드를 수용, 경선일정이 가까스로 정상화됐으나 7일 경찰이 노대통령 명의도용 사건과 관련,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 후보측은 초비상이 걸렸다. 연이은 악재는 상처로 남았고 그 여파로 휴대전화 투표에서 연거푸 손 후보에게선두를 내줬지만 정 후보는 원샷경선에서 ‘텃밭’인 전북 압승에 더해 손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경기에서마저 승리하면서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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