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희망은 없나
전북 희망은 없나
  • 김태중
  • 승인 2007.10.10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문지면에 전북의 어두운 이야기들이 장식되고 있다. 도내 출산율이 곤두박질하며 최근 합계출산율이 1.2명 수준으로 뚝 떨어지고, 신생아수도 8년 새 38.9%나 줄어들었다는 보도다. 전북이 초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는 생산력이 있는 인구감소와 함께 지역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도시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뒤처지게 된다. 직장을 찾아서, 먹고살기 위해 사람들이 전북을 떠난 결과다.

전북의 희망으로 생각하고 있는 새만금사업은 특별법 제정이 터덕거리고 있고, 새만금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대선을 앞두고 선거용이라는 선심성 논란이 제기되는 등 여야 정치권이 공언하고 정부가 약속한 새만금특별법 제정과 경제자유구역 지정마저 간단치 않다.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전북에 둥지를 틀게 된다는 반가운 뉴스도 있지만 전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두운 그림자들이 많다.

한때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서울에 근무한 적이 있다. 4년 정도를 수도권 생활을 하면서 서울이란 도시도 그런대로 정을 붙이고 살만한 도시란 생각이 들었다. 지역에서 느끼지 못했던 변화와 생동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삭막한 도시 일상속에서 고향의 아늑함이 그리웠다. 그 포근함 때문인지 당시 나는 고향자랑을 많이 했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음식인 판소리와 한옥마을, 한정식과 막걸리 등을 거론하며 서울 촌놈들에게 전주는 살만한 곳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다시 지역에 내려와 생활을 하다 보니 ′전북 어렵지만 그래도 자연적, 문화적 환경으로 살만한 곳 아닌가′ 이런 생각이 깨지고 있다. 특히 지난 추석 연휴에 들은 지역민심은 한마디로 경악이었다. ′전북에 무슨 미련이 있나, 떠나 살아야지, 기대할 것이 없다′ ′전북에 희망이 있습니까′였다. 이번 명절만큼 지역에 대해 희망보다는 좌절을 심하게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전북의 현실을 살펴보면 전주는 과거 교육도시라는 명성을 얻었었다. 이젠 교육도시란 말은 옛말로 학생들의 수학능력과 소위 명문대 진학률이 뒤떨어지고 있다. 지역대학의 취업률은 밑바닥을 돌아 대학생들은 졸업과 함께 실업자인 백수가 된다.

기업입지는 한마디로 “공항 하나 없는 지역에 무슨 공장입니까?”라고 반문한다. 금융·정보접근과 인력확보는 말할 것도 없이 지역경제규모 자체가 협소하다 보니 기업 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지역에 조그만 일이라도 있으면 나 몰라라 할 수 없다. 기업 하기도 어려운데 챙겨야할 데가 너무 많다. 사업을 구상해도 시장규모가 작아 장사가 안 된다. 사람이 있어야지. 수도권 위성도시만도 못하다. 차라리 수도권으로 가서 장사를 한다.

정치적으론 정치권의 화려한 공약에 한두 번 속은 것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밀어줘도 돌아오는 것이 없다. 호남정권이라면서 전북은 서자취급을 한다. 일부에선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도내 현안사업이 오히려 정체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역대 정권에서 중용된 전북 정치인들은 그렇게 많았으나 지역현안은 되는 일이 없다. ′전북을, 지역을 팔아서 입신양명한 것이 아닌가′라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퐁토는 한 사람만 걷너도 알 수 있는 조그마한 동네.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구설수가 많은 지역이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좋지않은 이야기가 회자되는 지역. 사실이 와전되고 부풀려져 사람들의 입 줄에 오른다. 이러면 정말 살기 싫다. 전북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김태중<편집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