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어린 동네 老人들의 농사짓기
나이어린 동네 老人들의 농사짓기
  • 이상표 진안 정천 봉학마을
  • 승인 2023.05.1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표 씨

아침에 일어나면 여기저기 아프고 쑤신다. 이미 나이 90을 넘겨 망백(望百)이 넘어가고 있다.

 아내와 자식을 먼저 앞세웠지만 살아있는 몸뚱이리라 일어나면 밥먹고 아픈 몸이지만 건강을 위해 동네 한바퀴를 돈다.

 시골마을이라 여기저기 아는 사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주위를 둘러 보면 논과 밭에 한 해 농사를 준비에 여념이 없는 나보다 나이 어린 老人들이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을 보니 옛날 생각이 절로 난다. 옛날엔 농사 짓기가 어렵고 힘들었다. 소가 없으면 논농사 자체가 힘들었고, 많은 사람을 동원하지 않으면 모내기 조차 엄두를 못냇었다. 물론 모를 심었어도 자라나는 풀을 제초하기 위해 사람들이 일일히 논에 들어가 풀을 제초해야만 했고, 땅심이 없어 퇴비를 많이 해줬어야 했는데 그것 또한 수월치가 않았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경운기의 등장은 소를 대신해 밭을 갈고, 논의 써래질까지 큰 노동력 없이 수월하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땅심을 올려주는 퇴비 역시 비료와 완숙퇴비의 보급으로 많은 수확을 이끌어 냈다.

 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모내기 역시 이앙기의 등장으로 쉬이 일을 끝냈고, 제초작업도 제초제 한 방으로 논농사, 밭농사를 쉽게 만들었다.

 또 배추, 무, 감자 등 기존엔 대대로 내려온 씨종자를 이용해 농사를 졌다면, 개량된 종자의 보급은 높은 수확량과 노동력 절감을 가져왔다.

 이런 기계화와 농사자재의 현대화는 예전의 “작목은 농사꾼의 발자국 소리로 자란다”는 말이 무색하게 많은 노동력을 절감시켜 지금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농사일 하기에 큰힘이 들지 않아 부족함이 없게 했다.

 물론 대농이나 과수원쪽 일은 여전히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만 논농사 위주의 소농이나 주변 밭떼기에서 수확하는 농사의 경우엔 나보다 어린 60~70대 노인들이 일하는데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어린 동네 동생들이 논과 밭에서 일하면서 나에게 인사를 보낼 때 아프지만 나의 나이 먹음을 잠시라도 잊게 해줘 고마웠고, 그들이 지금까지 고향의 농촌 현장에서 일하고 있음을 감사했다.
 

 이상표 <진안 정천 봉학마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