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깨끗하게 청소했는데, 재활용 선별 시설 없어”…전주시 느림보 행정
“페트병 깨끗하게 청소했는데, 재활용 선별 시설 없어”…전주시 느림보 행정
  • 이규희 기자
  • 승인 2023.03.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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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주시 효자동 한 주택가 분리수거함에 투명페트병과 일반 플라스틱을 구분해 놓았지만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시행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이원철 기자
16일 전주시 효자동 한 주택가 분리수거함에 투명페트병과 일반 플라스틱을 구분해 놓았지만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시행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이원철 기자

“투명 페트병은 따로 분리배출해야 한대서 깨끗하게 청소했는데, 페트병 선별 시설이 없네요. 일반 플라스틱과 똑같이 처리되고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네요. 아직은 전주시가 정부 정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정말 안타깝네요.”

지난 2021년 투명 페트병을 일반 플라스틱과 따로 분류하도록 규정하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1년 넘게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벨 등을 제거한 투명 페트병은 재활용 시 고품질 재생원료인 장섬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정부가 법안으로까지 제도화 시켰지만, 일선 지자체에서는 아직껏 투명 페트병 재활용 선별시설 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재활용품의 자원화를 시도하고 있는 정부 정책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느림보 행정’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본보는 이에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투명 페트병 선별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16일 오전 10시께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주택가를 찾았다. 이곳은 재활용 분리수거함이 집마다 내어져 있었다. 또 대부분 투명 페트병과 일반 플라스틱을 따로 버릴 수 있도록 쓰레기통이 구분된 모습이었다. 특히 분리배출을 명시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어 쉽게 분류할 수 있는 곳도 많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내 재활용품 분리수거함 역시 마찬가지 상황을 보였다. 전주시 덕진구 소재 한 아파트 단지내 분리수거함에는 투명 페트병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았다.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는 페트병과 투명 페트병이 섞여 있어 분리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시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는 없었고, 투명 페트병 재활용 선별 시설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관해 시민들은 할말이 많은 듯 보였다.

김모씨(31)는 “생수를 사 먹다 보니 너무 많이 나오는 페트병 쓰레기에 걱정이 됐다”며 “마침 페트병을 따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깨끗하게 청소해서 내놓곤 했다. 그런데 재활용 선별 시설이 없다는 건 처음 알았다.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주시민 이모씨(29)는 “어차피 재활용 선별 시설이 없어서 분리배출도 의미 없는 거였다면 그동안 우리 시민들의 노력은 뭐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뭐 하러 스티커는 붙여두고 시간 들여 구분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주시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투명 페트병 재활용 선별 시설에 대한 예산은 지난해에 확보했다”며 “다만, 행정 절차가 길어지면서 설치가 지연됐다. 이달부터 발주를 시작하고 오는 7월에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조치를 위반할 경우에는 적발시 과태료 30만원이 부과된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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