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기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SF, 한수영 소설가의 ‘오로라 2-241’
미래의 기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SF, 한수영 소설가의 ‘오로라 2-241’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2.12.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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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 높고 깊은 고장에서 나고 자란 한수영 소설가는 어느 날 문득 “사과가 사라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후 위기에 관한 소식을 접하면서, 다음 세대가 물려받을 날씨에 대해 큰 걱정이 생기면서 부터다. 그게 미안하고 두려워서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청소년 소설 ‘오로라 2-241(바람의아이들·1만4,000원)’은 미래의 기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SF 작품이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전 지구가 황폐해질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으로 시작된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모래 더미에 묻힌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한 행성이 아니다. 그런데 극소수의 선택 받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토르월드라는 곳이 존재한다.

 토르사관학교 입학을 앞둔 주인공 버드는 부모님 몰래 지구로 자축 여행을 떠났다가 타임스크류에 휘말리는 바람에 단비네 사과 농장에 불시착한다. 농장에서는 단비와 단비 엄마, 이주 노동자인 알마와 메이가 단란하게, 그러나 고단하게 사과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비행 슈트의 추진단추를 잃어버린 버드는 어쩔 수 없이 사과 농장에 머무르는 동안 고된 노동을 경험하고 함께 일하는 즐거움과 사과를 키워내는 보람을 느낀다. 사실, 버드는 사과 자체를 처음 보는 데다 날씨 조작 없이 농사를 짓는 일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토르사의 날씨 판매가 인류 번영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버드와 단비는 70년의 실제 시차와 세계관의 차이를 두고 서로에 대해 반감을 갖기도 하지만 이윽고 서서히 친해진다.

 이처럼 소설은 미래 사회의 놀라운 기술 발전과 사회상을 보여주기보다는 2023년 사과농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미래에서 날아온 버드가 함께하기 때문에 사과 농장 사람들의 고군분투는 눈물겹고 서글프다.

 사과농부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져가며 완성한 스토리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고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작가의 불굴의 의지가 아니고 무엇일까. 작가의 바람처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열매 사과는 지구에 남아있게 될까? 

 한 작가는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2002년 단편소설 ‘나비’로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2004년 장편 ‘공허의 1/4’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소설집 ‘그녀의 나무, 핑궈리’가 있고 장편소설 ‘플루토의 지붕’, ‘조의 두 번째 지도’, ‘낮잠’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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