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배연형 교수, 유성기음반을 통해 근대 판소리변화와 현대 판소리의 문제점 살펴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배연형 교수, 유성기음반을 통해 근대 판소리변화와 현대 판소리의 문제점 살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2.09.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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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고음반 연구의 권위자인 배연형 교수가 유성기음반을 바탕으로 근대 판소리의 변화를 짚고, 현대 판소리의 문제점 등을 점검하는 강연을 전주에서 가졌다.

 21일 오후 2시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 연화루에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 마스터클래스의 강연자로 나서 유성기음반 속 명창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고,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사회적 격변 속에 커다란 변화를 겪어온 판소리의 역사를 조명한 것. 배연형 교수는 “1906년 판소리가 유성기음반에 처음 녹음되기 시작하면서부터 판소리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와 연구가 가능해졌다”면서 역사를 되짚었다.  

 과거에는 판소리 공연은 양반들의 전유물처럼 명창을 집으로 불러 프라이빗하게 즐겼다면, 극장이 문을 열고, 유성기판이 등장하면서 대중적인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제강점기의 권번문화로 인해 판소리 소비가 양적으로 증가했던 것도 사실이다.

 배 교수는 “일제 강점기만큼 판소리가 많이 유통된 적이 없고, 대중소비가 일어났다”면서 “권번 등을 중심으로 유흥과 함께 소비되다보니 소리를 길게 할 수 없는 분위기였고 대중의 요구에 맞춰 판소리가 도막소리화 되고, 대명창들의 소리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으로 사회적 분위기와 변화에 따라 현대 판소리도 고제와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 이해될 수 있었다.

 배 교수는 “현대 판소리는 남자소리도 여성소리 같고, 기교화·민요화되어 판소리 고유의 특징이 상실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또한 창극화 되면서 단체소리로 변해 개성이 없고, 신파조 아니리가 많은데다 판소리 유파의 개념이 모호하다보니 방향 감각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성기음반 덕분에 남아있는 기록들이 있으니 이것들을 미래유산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고민으로 남았다”면서 “유성기음반을 재해석함으로써 현대판소리가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 만큼 많이 들어보고 연구하면 판소리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은 유성기음반 속 근대 오명창을 불러내 현대 예술인들과 콜라보 무대를 선보였던 소리축제 개막공연과도 맥을 같이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근대 판소리 변화의 실상을 사료를 통해 살펴보고 거장들의 예술혼을 기리는 시간이 됐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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