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예술인을 기록하는 ‘전주 백인의 자화상’ 100년을 바라보고 이어가야
지역예술인을 기록하는 ‘전주 백인의 자화상’ 100년을 바라보고 이어가야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2.06.29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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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작고 예술인의 생애와 예술사를 기록하는 (재)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백옥선)의 ‘전주 백인의 자화상’사업이 100년을 내다보는 아카이브로 성장하는데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시작은 미약했을지라도 아르코예술기록원을 비롯해 대구나 대전 등 문화예술 아카이브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고 있는 지자체들과의 교류와 협력으로 상호 도움이 되는 방식을 찾아간다면 향후 진정한 의미의 한국예술사 서술을 위한 학문적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국회에서 법령개정을 거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기록과 보존에 대한 의무를 명기하고 있는 만큼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연대해가는 것도 지금이 적기라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예산 지원과 지자체의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후 2시 팔복예술공장 이팝나무홀에서 열린 전주 백인의 자화상 10주년 기념 포럼 ‘기억을 위한 기록’에서 이한신 아르코예술기록원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구술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지난 2003년부터 추진해온 기록원의 구술채록사업은 우리나라 원로 문화예술인들의 예술적 체험과 활동, 그리고 작품 세계를 기록하는 사업으로써 전주 백인의 자화상 사업과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이 원장은 “구술 기록에서 영상 촬영은 구술 과정에 있었던 몸짓, 뉘앙스, 침묵까지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기록원은 2020년부터 기존 영상촬영 매뉴얼을 보완해 가장 적확하고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는 기록방식을 새롭게 설계하고자 했다”며 “연구진 못지않게 영상 촬영 팀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고, 장비, 촬영구도, 연구자와의 협업방법 등에 대해 매뉴얼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기록원은 현재 결과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구술결과가 단편적인 정보전달을 넘어 구술에 포함된 일화(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당시 예술계와 사회상을 미시사 차원에서 전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각 채록결과에서 상호 연결되는 인물과 사건의 관계를 추적하여 연구자들에게 길잡이를 제공하는 방안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건 문학박사는 “지난 10년의 자화상을 일별하면 전주만의 지역성, 교유성, 특수성을 드러내는 일에 한 축을 담당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싶다”면서 “초기 예술인 기록사업이 수집 방법 및 자료의 분류 체계 등 시스템 구축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면 최근의 연구는 내용의 충실성과 활용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박 문학박사는 “활용 매체에 따라 기록물 생산의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자화상의 기록 수집에 있어서 좀 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할 시점이다”며 “지역의 문화자원과 연계하고 이를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백인의 자화상’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전주의 인문 콘텐츠를 알리는 대표 앱으로 자리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정임 충남대 교수는 “전주문화재단에서 이미 10년 전부터 이러한 원로예술인 기록사업을 수행하였다는 것은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실질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면서도 “예술가들이 작고하면 자필 악보, 창작노트 등 소중하고 유일한 자료들이 손실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생애사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예술사 자료로서의 가치도 고려한 구술채록사업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임언미 대구광역시 문화예술아카이브팀장은 “아르코예술기록원이 지난 20년간 추진한 원로예술인 구술채록사업을 보면 지방예술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보이는데, 여러 원로예술인들이 공통적으로 지방에서 활동해 평가에서 소외되었다고 해온 이유가 확인된다”면서 “지역성의 차이일 뿐인데 예술행위에 있어서 가치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임 팀장은 “지방 자치시대 이니만큼 그 도시의 기록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지방이 함께 연대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공감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은 “‘전주 백인의 자화상’은 우리 지역 예인의 모습이자 지키고 보존해야 할 발자취이며 소중한 우리의 미래다”면서 “여전히 기록물로 남겨야 할 지역의 예술가들은 많은 만큼 그들의 예술혼을 높이 지켜주시고 보존과 활용을 통한 문화도시 전주의 아름다움을 굳건히 이어주길 소원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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