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 <18> 소주(燒酒)와 소주(燒酎)-1
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 <18> 소주(燒酒)와 소주(燒酎)-1
  • 이강희 작가
  • 승인 2021.12.05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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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지인과 만나 나누는 음식만큼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그동안의 안부, 만남의 기쁨, 옷깃이 닿는 포옹은 없더라도 서로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반가움의 정도를 누가 더 많고 적은지 애써 구분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테이블에는 이들이 나누는 음식과 즐거운 대화가 더욱 불붙도록 도와주는 투명한 윤활제가 놓여있다. 만남을 빛내주는 투명한 음료를 검지 첫마디와 엄지 첫마디에 살짝 걸쳐진 작은 잔으로 품는다. 잔이 품은 투명한 음료는 바로 소주(燒酎)다. 한때 화학주(化學酒)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뻗어나갔던 낭설과 풍문은 언론에까지 언급되며 초록색 투명한 병에 담긴 소주가 화학제품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소주에는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맛을 좌우하는 성분들이 들어있다. 바로 감미료다. 원료에서 감미료를 뽑아내는 과정이 화학공정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뽑아내 넣지는 않는다. 똑같지는 않지만 우리가 가끔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는 라면의 스프정도로 생각하면 비슷할 거 같다. 스프도 라면의 전체 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지만 맛을 내는데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희석소주를 화학주라는 표현하는 것은 틀리다고 볼 수도 없지만 과도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엄격하게 따지면 위스키도 브랜디도 약간씩의 첨가물은 들어가기에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으려면 직접 빚어 마시거나 직접 증류해서 마시는 방법이 제일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주(燒酎)와 소주(燒酒)에 대한 구분을 할 줄 모른다.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그런 것에 대한 구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걸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문제는 술에 대해 좀 공부를 했다는 분들이 간혹 술자리에서 그동안 배운 자신들의 지식을 지인들에게 뽐내기 위해 언급하는 내용들이다. ‘증류(蒸溜)’라는 광의의 개념에서 소주(燒酎)와 소주(燒酒)는 같은 것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동일시하고 있지만 협의(狹義)로 조금씩 깊이 들어가면 만드는 방식과 재료 면에서 소주(燒酎)와 소주(燒酒)는 차이가 있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의 장단점이 있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기호(嗜好)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소주(燒酒)와 소주(燒酎)는 무엇이 다른지 만드는 과정이 어떻게 다른지와 글자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 지금부터 알아보자.

소주(燒酎)는 타피오카를 비롯해 가격이 저렴한 전분을 가지고 알코올 발효를 한 뒤에 연속식 증류기를 사용해서 주정을 만들고 여기에 물을 타서 희석시킨 알코올음료를 초록색 병에 담아 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소주(燒酒)는 찹쌀이나 멥쌀, 보리나 수수 같은 곡식으로 술을 빚은 뒤에 단식증류기를 사용해서 증류해낸 결과물을 의미한다. 주정에 물을 섞어 희석시킨 희석소주는 燒酎(소주)라 하고 단식증류기로 증류한 뒤에 결과물에 물을 섞지 않고 농축된 알코올 그대로 음용에 사용하는 것을 농축소주를 역사적으로 燒酒(소주)라고 해왔다.

우리가 음식점, 대형마트 소형마트, 편의점 등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구매처에서 자주 접하는 소주는 바로 燒酎(소주)다. 일반음식점에서 우리가 주문을 통해 쉽게 접하는 2 홉들이 초록색이거나 하늘색 투명한 병에 담겨져 음식상에 놓이는 바로 그것 말이다. 소주를 머릿속에서 떠올리면 떠오르는 바로 그 소주. 그것은 燒酒가 아닌 燒酎(소주)다. 만드는 회사에서 스스로가 자신들의 제품을 소주(燒酎)라고 표기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되어 보급되던 술이다 보니 일본인들에 의해 쓰이기 시작한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고려시대부터 燒酒를 마시기 시작했지만 대한제국시절 말엽부터 당시에 유입되기 시작하던 조주정을 첨가한 희석소주가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1919년 평양을 시작으로 주정을 사용하는 소주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사람들은 이것을 신식소주라고 불렀다.

글 = 이강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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