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 앞두고 도열병 심각…예년보다 20~30% 감수 예상
벼 수확 앞두고 도열병 심각…예년보다 20~30% 감수 예상
  • 남형진, 군산=조경장,익산=문일철, 장수인 기자
  • 승인 2021.10.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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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조사·지원책 마련 촉구… 재난지역 선포 주장도

  9월초 벼 출수기에 지속된 가을장마 등으로 벼 도열병이 발생, 올 풍년농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벼 수량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러한 병해충의 피해 지역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예년보다 10~20%, 많게는 30%까지 감수가 예상되면서 수확을 코앞에 둔 농민들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같은 피해는 농정당국의 안일한 예찰활동과 늑장대처도 한몫하면서 농민들의 분통을 사고 있다.

농민들은 “깨씨무늬병과 도열병, 세균성 벼알마름병의 경우 농작물재해보험 특약 가입시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도내 대다수의 농가가 지난해 장마와 태풍으로 피해 보상을 받았던 만큼 올해 보장 수준은 낮아져 온전한 보상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전북도의회, 농민단체, 농업인들은 벼 도열병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조속한 실태조사와 지원대책·쌀 수급 안정대책·농업재해보험 현실화·긴급재난지역 선포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익산 벼 수확기 맞은 농가 침울

“올해는 목도열병과 이삭도열병 등 도열병 병해가 예년보다 더 발생해 걱정입니다”

  농사를 천직으로 살아가는 벼 재배농가 김모(65 현영동)씨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김씨는“올해는 늦은 장마와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해 벼 수확시기가 지난해 보다 10~15일 늦어 작황여건이 좋지 않다”며 애로를 털어 놓았다.

익산지역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는 호남 최대 곡창지대로 1만700여의 농가가 1만6603ha에서 벼를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뒤 늦은 장마와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한 벼 병해충 확산으로 수확기를 앞둔 농가의 시름이 깊어 있다.

수확기를 앞둔 익산시 현영동에서 벼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를 찾았다.

익산 도심에서 벗어나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울퉁불퉁한 마을길 끝에 벼 재배에 필요한 콤바인, 트랙터 등 농기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또한, 농민들은 다가올 수확기를 대비해 농기구들을 정비하는데 몰두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인근 논으로 발길을 옮겼다. 인근 논은 멀리서 본 것과 달리 아직 익지 않은 벼들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었으며, 겉과 달리 속이 텅 빈 쭉정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주변의 논들도 상황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날 논에서 만난 농민 김모(65)씨는 “농민들은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농약을 살포하려 해도 수확기를 앞두고 PLS(농약잔류허용기준) 검출을 우려해 섣불리 손을 대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며, “논에 심어진 벼들이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 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쭉정이 상태의 벼가 많다”고 전했다.

이웃 농민 이모씨는 “도열병을 예방하기 위해 출하기인 8월에 농가들이 농약을 방제했지만 잦은 비가 내리면서 약효가 떨어져 방제에 별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도열병의 경우 벼 줄기 목 부분이 썩어 이삭 끝부터 빠르게 침해되면서 백수현상이 나타나 알맹이가 열리지 않는다.

익산지역 농가들은 도열병에 약한 신동진벼를 재배하고 있다.

이에, 익산시는 벼 재배면적의 64%가 넘는 신동진벼 품종에 병해충 피해가 큰 점을 감안, 품종 다변화를 위해 신품종 조기확산 및 최고품질 벼 선정 시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익산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익산지역은 도열병에 약한 신동진 품종을 많이 재배되고 있어 도열병 예방을 위해 농약을 주기적으로 방제했지만 지난해보다 유독 긴 장마기간으로 효과를 볼 수 없었다”며 “앞으로 병해충 방제 활동을 농가와 공동방제를 통해 도열병 발생을 예방하고 (흰잎마름병·줄무늬잎마름병·도열병) 및 도복에 저항성이 강한 신동진 대체 내병성 품종이 재배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군산지역 농경지 50% 도열병 발생

 군산지역 벼 농경지의 50% 정도가 도열병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군산시와 농민단체 등에 따르면 군산지역 전체 벼 농경지 1만 1천390ha 가운데 50%에 달하는 5천535ha에서 도열병이 발생해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시는 이번 도열병 발생으로 인해 평년보다 약 12% 정도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군산시농업인단체협의회 등 농민단체와 신영대 국회의원, 김경구·김영일·서동수·우종삼·이한세 군산시의원은 1일 기자회견을 갖고 벼 도열병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벼 출수 시기인 8월 14일 이후 25일 동안 내린 비로 도열병균이 증식에 최적 온도와 습도를 제공하면서 도열병 피해가 급속도로 나타났다”며 “이로 말미암은 미질 저하와 수량감소로 농민들의 피해가 극심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이삭도열병의 발생은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적 특이강우로 발생한 것으로 농민들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자연재해임이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농식품부는 9월 16일 현장조사에서 이삭도열병은 재해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일 군산시의회 부의장은 “농식품부는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는 현실에서 도열병균의 생리형의 변화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또한 벼 수확 전에 피해상황을 조사할 수 있도록 행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도열병은 불완전균류에 속하는 도열병균이라는 곰팡이에 의해 나타나는 벼의 질병으로 볏짚이나 볍씨의 병환부조직 속에 잠복하는 균사나 표면에 부착하는 생포자의 형태로 월동해 다음해 1차 전염원이 되고 있으며 기온 20~22℃, 습도 90% 이상일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

 ■전북도의회, 긴급재난지역 선포 촉구 

 전북도의회는 벼 도열병 피해지역에 대해 정부가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용구 의원(남원2·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수확을 얼마 남기지 않은 도내 논에 최근 목도열병과 세균성 벼알마름병, 가지도열병에 깨씨무늬병까지 번져 농가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긴급재난지역 선포를 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의 주장은 도내에서는 도열병 등에 강한 품종인 신동진 쌀을 대부분 재배 중인데 도열병이 확산되고 있고, 현재 도열병을 포함해 깨씨무늬병 등 3가지 이상의 병이 발생·확산돼 정상적인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워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용구 의원은 “올해 6월부터 8월 총 강우 일수가 45일로 지난 2019년 대비 10일 많고, 특히 8월15일부터 31일까지 잦은 비와 야간 저온으로 도열병이 확산됐다”면서 “PCR 등 유전자검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농식품부와 관계기관 등 정부가 ‘벼 병해충’ 발생 농업재해를 긴급히 인정하고 재난지원금 등을 마련·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벼 농가뿐만 아니라 관계기관과 전문가 그리고, 관련학과 학교 등이 벼 병충해 관리차원의 소통네트워크를 구성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제나 구제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또, 이번 벼 병충해와 같은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적극 대처할 수 있는 기관인 ‘식물병원’ 등을 설립해 예방과 처방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민단체, 농업재해보험 현실화 주문 

 한국농업경영인전북연합회·한국여성농업인전북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도내 지역에 만연한 벼 병충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며 “무엇보다도 출수기 때 발생하여 벼 수량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러한 병해충의 피해 지역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는 부안군의 경우 벼재배면적 11,955ha중 이삭도열병 60.9%(7,282ha), 세균벼알마름병 30.0%(3,587ha), 깨씨무늬병 15.2%(1,820ha)로 병충해가 가장 심각하게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가장 발명률이 높은 이삭도열병 추정 발생면적만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군산시 6,757ha, 고창군 3,558ha, 김제시 2,536ha, 순창군 2,436ha 등 전북 전체 벼 재배면적(114,509ha) 대비 43.0%(이삭도열병 30,376ha, 세균벼알마름병 10,684ha, 깨씨무늬병 8,243ha)에 해당하는 49,303ha로 14개 모든 시군이 병충해 피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같은 피해에 대해 “농업·농촌의 회생 및 지속적 발전, 그리고 농업인의 권익보호와 향상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피해지역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지원책 마련, 기후변화에 대응한 수확기 쌀 수급 안정대책 조속 마련,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연계한 품종개발 및 대체작목 발굴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남형진, 군산=조경장,익산=문일철, 장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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