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가 엮은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가 엮은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9.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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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교수의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이종민 교수의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영혼을 뒤흔드는 일은 뜻하지 않은 어떠한 과정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작은 귀퉁이에 새겨진 한 문장일 수도 있다.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가 엮은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모악·1만3,000원)’ 속에는 누군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묘책이 숨겨져 있다.

 책은 한 시인의 운명에 영향을 준 시들과 그 사연들을 모았다. 이 진귀한 기록을 모으는 일에 총 마흔네 명의 시인이 초대되었다. 김용택, 정호승, 안도현, 나희덕 등 그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설레는 시인들인데다 각 꼭지마다 사연도 제각각이고 내용까지 풍성하다.

 시집에서 평소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시를 다시 만나고, 몰랐던 시를 발견하고, 시인의 영혼을 울린 시를 소개받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어느 대목에서는 한 세기를 넘어선 그리움과 나눔이 역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마주하게 된다.

 윤동주의 ‘서시’는 두 명의 시인으로부터 선택되었다. 박두규 시인은 고등학교 시절 느꼈던 친구들에 대한 문학적 열등감 속에 만났던 윤동주를 친구처럼 느끼게 되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유강희 시인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간행된 지 70년이 넘는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대한 사연과 함께 여전히 현재시제로서 자리하고 있는 ‘서시’를 노래했다.

 김영춘 시인은 칠레 민중혁명의 한복판에 있었던 파블로 네루다의 ‘시가 내게로 왔다’를 조금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늦깎이로 등단한 김해자 시인은 월트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15’를 통해 평단으로부터 받은 힐책과 냉대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던 시인을 기억했다.

 최동현 시인은 정양 시인의 ‘내 살던 뒤안에’를 꼽았다. 그 또한 팔순이 넘은 정양 시인처럼 어느새 고희를 바라보는 노인이 되었으나 “강고한 기득권의 카르텔이 존재하는 한 누군가의 영혼을 뒤흔드는 작품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적어 아직도 가슴 뛰는 청춘임을 되뇐다.

 그런가 하면 책을 엮은 이종민 교수는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의 시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29번’을 꼽았다. 청운의 꿈을 안고 출발한 대학 1학년을 마감하며 만난 이 작품은 그를 영시에 입문하는 계기를 제공해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연이 깃든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이종민 교수는 “바람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내 운명의 시’를 만났으면 하는 것이다. 여기에 소개되는 작품일 수도 있겠고, 시인들의 절절한 사연을 읽어가다가 갑자기 떠올리게 된 시일 수도 있겠고…”라며 “주책없는 청에 기쁜 마음으로 응해주신 마흔한 분 시인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엮은이는 완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군사관학교 교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교환교수, 서울대학교 교류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 2월, 40년 동안 근무했던 전북대 교수 생활을 마감하고 전주와 완주의 인문학 및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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