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를 사랑한 현대 판화의 연구자 이지민 작가, 전주 한달살이 화제
한지를 사랑한 현대 판화의 연구자 이지민 작가, 전주 한달살이 화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9.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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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활용 실험적 작품 활동과 교과 과정 개발 기대”
이지민(55) 작가

 현대 판화(프린트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과 기법의 개발을 위해 꾸준히 연구해 온 이지민(55) 작가가 한지의 고장 전주에서 한 달여를 체류하면서 작품 활동에 매진해 관심을 끈다.

 이 작가는 지난달 3일부터 전주에 머물며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 김혜미자 보유자와 콜라보 작품에 매진했다. 오는 10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펼쳐지는 ‘한지워크와 현대미술’전에 선보일 신작 제작을 넘어, 평소 한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던 연구자로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3년 전 우연한 기회에 김혜미자 장인을 알게 되면서 한지공예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코로나19라는 몹쓸 전염병, 그 위기가 이 작가에겐 기회로 작용했다. 그동안 갈증을 느꼈던 한지에 대한 물성을 탐구하고, 현대 판화에 이를 접목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전주행 티켓을 끊는 일을 주저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 작가는 “한지를 만나면서 현대판화의 가능성이 더욱 열리게 되었다”면서 “종이를 오리고, 붙이고, 파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평면이 아닌, 텍스쳐가 느껴지는 과정은 현대 판화와도 매우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현대 판화를 연구하고 있는 그가 처음으로 접했던 동양의 종이는 안타깝게도 일본의 화지였다. 일본 종이가 미국에서 많이 쓰이는 편인데, 일본 정부의 많은 후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그는 화지 생산으로 이름난 일본 도쿠시마에서 9대째 화지를 만들고 있는 장인을 찾아 화지 생산 과정을 체험하는 등 열정을 쏟기도 했다. 이후 한지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고, 이미 수년 전부터 전주와 원주를 수시로 방문하면서 한지를 알아가고 있다. 학교 수업이나 연구 과정에서 한지에 대해 물어오는 이들에게 한지를 알려야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이 작동했던 까닭이다.

 이 작가는 “태평양 연안에 있는 나라들의 문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한류에 대해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것과의 연결은 필수적이다”면서 “지금의 컨템포러리는 50년 후에는 전통적인 것이 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홍수 속에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의 독특한 인쇄문화나 종이로 작업하는 것의 중요함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면서 “작가로서 교육자로서 귀한 경험을 하고 돌아가는 만큼, 언택트 시대를 극복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한지를 활용한 실험적인 작품활동과 교과과정 개발 등의 과제를 안고 오는 15일 출국을 앞두고 있다. 이 작가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산타크루주(Uc Santana Cruz)에서 프린트 미디어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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