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흥덕 박광득 씨 “호박농사 지으니까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왔죠”
고창 흥덕 박광득 씨 “호박농사 지으니까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왔죠”
  • 고창=임용묵 기자
  • 승인 2021.08.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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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호박은 사람들이 먹는 열매 가운데 가장 큰 열매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승려들이 먹는 채소라는 뜻의 ‘승소’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채소였다. 하지만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호박을 활용한 음식은 물론 가공식품, 화장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창으로 귀농해 미니호박농사를 지으며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박광득씨를 만나봤다.
 

 #도시의 답답함 벗어나니 더할나위 없다

  세상에 호박이 못 생겼다는 말은 누가 하기 시작한 걸까. 생각해보니 호박이 억울하겠다 싶다. 이렇게 예쁜 호박인데 왜 우리 조상들은 ‘호박에 줄 그으면 수박 되랴’는 말까지 했을까.

 고창군 성내면의 호박밭. 녹빛 껍질로 덮힌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탐스럽게 열린 열매는 다름 아닌 미니 밤호박. 노지재배에 성공한 고창 미니 밤호박은 공중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흙이 닿지 않아 깨끗하고 품질도 좋다.

 귀농 2년차 박광득(62)씨는 2019년 3월 아내와 함께 고창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입교했다.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체류형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군에서 주관하는 귀농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고창의 생활환경, 농업 여건 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씨는 본래 서울에서 직장에 다녔고, 아내는 식당을 운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직장에서 퇴직하면서 시골살이를 생각하게 됐다. 어느 지역으로 갈지 고민하던 중 첫째 딸이 시집을 가서 사위와 농사를 짓고 있는 고창을 떠올리고, 고창을 제2의 정착지로 선택했다.
 

 #미니밤호박, 크기 작아도 달콤 영양 만점

  박씨는 체류형 시설에서 교육을 마치고, 흥덕면에 주택을 물색해 새로운 터를 잡았다. 작목은 사위와 딸이 농사짓고 있는 미니밤호박(보우짱)을 선택했다. 미니 단호박은 품종 개량종으로, 밤처럼 포슬포슬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일반 호박에 비해 영양가와 당질 함량이 높으며 밤처럼 맛이 풍부해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밤호박에 함유된 β-카로틴은 감기예방과 피부미용, 변비에 좋다. 또 칼로리가 낮고 붓기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초보농사꾼에 위기도 있었다. 박씨는 “단호박 농사를 처음 시작했을 땐 수확 시기도 모르고 판로가 없어 실패를 거듭했다. 단호박을 창고에 저장해뒀다 썩는 바람에 인건비도 못 건지고 빚더미에 올라앉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포기하지 않았다. 박 씨는 퇴비를 이용한 유기농법으로 단호박을 재배해 당도, 색깔 등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직거래망을 통해 단골들을 모았고, 맛과 품질에 반한 전국의 소비자들이 재구매에 나서면서 희망이 보였다.
 

 #농산물가공으로 부가가치 창출

  단호박 농사의 단점으론 수확기 전국적인 집중 출하로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박씨는 농산물가공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단호박은 죽, 해물찜, 영양밥 등 기존 음식들은 물론 샐러드, 수프, 샌드위치와도 잘 어울려, 여러 가지 형태의 메뉴에 등장하고 있다. 이에 박씨는 성내에 가공시설을 마련해 ‘구운 아이스 미니밤호박’, ‘밤호박가루’, ‘단콩라떼(단호박+콩)’, ‘콩물가루’도 판매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제품에 사용되는 콩도 직접 재배해서 사용하고 있다. 토질이 좋은 고창에서 직접 재배한 좋은 원료를 사용, 가공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아기 이유식, 다이어트 및 건강식에 활용하는 등 반응이 좋다.

 박광득씨는 “복잡한 도시를 떠나서 아내, 자녀와 함께 농사일을 하고, 가공 판매하면서 잃었던 건강도 찾고 삶에 활력을 느낀다. 고창에서 새로 시작한 삶이 매우 좋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귀농 준비는 차분히 오래 할수록 좋은 것 같다. 앞으로 고창을 택하는 귀농인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며 후배들의 안정적인 정착에 보탬이 되겠다”고 밝혔다.

고창=임용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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