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직장인 A씨 등 5권
[신간] 직장인 A씨 등 5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7.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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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A씨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하는 부끄럽지만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 우리 일터는 안전해 졌을까? 직장 내 괴롭힘은 현재진행형이다. 직장갑질 전문 최혜인 노무사가 쓴 ‘직장인 A씨: 우리는 왜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가(봄름·1만4,800원)’는 건강한 직장 생활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노동자를 겁쟁이로 만드는 사회를 날카롭고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노동자들을 위해 노무사로서 건넬 수 있는 위로와 지식을 아낌없이 전한다. 저자의 단단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 부족한 직장갑질 감수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뼈의 방 

 뼈를 분석해서 고인이 마지막 순간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사인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법의인류학자가 하는 일이다. 그들은 억울하게 잊히는 죽음이 없도록 지금도 사건 현장에서 묵묵히 진상을 밝혀나가고 있다. 신진 법의인류학자로 주목받는 리옌첸이 뼈 하나하나에 새겨진 이야기들을 담아 ‘뼈의 방(현대지성·1만3,000원)’을 출간했다. 뼈의 방은 기증받은 유골을 모아둔 법의인류학자의 특별한 공간을 말한다. 이 책은 뼈에 얽힌 사건의 전말을 서술한 기록이 아니다. 저자는 뼈를 통해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고인이 미처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에 주목한다.

 
 

 

 ▲호흡공동체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이 한국사회를 숨 막히게 하고 있다. 당연한 삶의 배경이던 공기는 공들여 관리해야 할 삶의 조건이 되었다. ‘호흡공동체: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에 응답하는 과학과 정치(창비·1만7,000원)’는 한국사회라는 호흡공동체를 조율하고 회복하기 위한 공공의 과학과 정치를 제안하는 책이다. 방대한 데이터와 자료를 바탕으로 공기재난에 맞서는 한국사회를 과학의 눈으로 해설한 이 책은 르포와 과학 스토리텔링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과학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들의 뇌리에 호흡공동체라는 의제를 각인할 예리한 사회비평서다.

 
 

 

 ▲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 

 ‘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인물과사상사·1만7,000원)’는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에 있는 28개 건축물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전쟁의 역사를 살펴본다. 로마시대부터 냉전시대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현대의 전쟁사를 아우르면서, 관광 명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전쟁 대비용 성이나 요새까지 두루 소개하며 건축물에 얽힌 전쟁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은 지 오래된 건축물엔 어느 한 구석에라도 전쟁의 흔적이 새겨지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침묵하지만 전쟁의 생존자나 다름없는 건축은 마치 한 생명체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또 하나의 조선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조차 버거웠던 시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취를 남긴 52명의 조선 여성이 있었다. ‘또 하나의 조선(한겨레출판·1만8,000원)’에는 신분상으로는 밑바닥 여종에서 왕비까지, 지역으로는 남녘 산골 촌부에서 한양 마님까지, 나이로는 10대 소녀에서 여든 할머니까지 등장한다. 정사라고 하는 실록이나 양반 남성의 문집으로 구성되는 조선 너머의 조선을 담은 책에는 시대의 한계와 인간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여성들의 다채로운 서사가 펼쳐진다. 그 서사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조선이라는 사회의 정신과 도도히 흐르는 인간 근원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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