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물에 잠긴 익산 중앙시장’ 하나라도 더 건지려는 상인들 엉켜 아수라장
‘한밤중 물에 잠긴 익산 중앙시장’ 하나라도 더 건지려는 상인들 엉켜 아수라장
  • 장정훈 기자
  • 승인 2021.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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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중앙시장 수해현장
전북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6일 익산시 창인동 중앙시장 인근 상가 곳곳이 침수된 가운데 한 의류가게에서 상인이 빗물에 침수된 옷을 정리하고 있다. 이원철 기자

“어데서 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평생 처음당하는 일이라 막막하기만 하네요.”

밤사이 내린 집중호우로 삶에 터전인 미용실 등 상가거리가 물에 잠기면서 50대 박모(여) 원장을 비롯한 주변 상인들의 삶에 대한 의지도 함께 허물어져 내렸다.

5일과 6일 양일간 쏟아져 내린 집중호우가 익산시의 전통적인 구도심 거리인 이곳 익산시 창인동 상가거리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순식간의 일이었다고 허탈해했다. 도피할 시간도 없이 5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쏟아진 장대비로 도로 고지대에서 엄청난 빗물이 쏟아져 내려왔다고 한다. 채 한시간도 안돼 도로가 사람 허리께 까지 잠길 정도로 급격하게 물이 밀려들었다는 것이다.

엄청난 수해 소식에 6일 오전 일찍 이곳을 찾았지만, 물이 빠져나간지 몇시간이 지났는데도 상가 건물 지하실에서 물을 퍼내는 양수기 소리와 상인들의 한숨소리만 들렸다.

밤이면 각종 네온사인 등으로 손님들을 유혹하던 구도심 전통거리가 하루밤 사이에 쓰레기처리장 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흙탕물로 젖은 상가들의 각종 못쓰게된 물건들만 이곳저곳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쑥대밭이 된 상점 내부를 보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던 한 상인은 이곳을 찾은 한 자원봉사 단체 회원들에게 빨리 좀 와서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이 상인은 이 상황에서 무엇이 더 필요하겠느냐? 빨리 장사를 다시할 수 있도록 물건들을 정리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울부짓고 있었다.

학교에 운동복을 납품하는 한 공장 내부는 폭탄을 맞은 듯 여기저기 옷감이 나뒹굴었고, 기계들은 모두 물에 젖어 있었다. 전기코드를 꽂으면 곧바로 2차 감전사고를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마저 낳고 있었다.

이곳 사장 김모(43)씨는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기계들이 물에 젖어 쓸 수가 없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고생해서 만들어 온 가계인데 하루만에 이렇게 무너지다니 너무 허무하다”고 호소했다.

전북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6일 익산시 창인동 중앙시장 인근 상가 곳곳이 침수된 가운데 한 상인이 침수된 지하 계단에서 빗물을 빼기 위해 양수기 호스를 연결하고 있다. 이원철 기자

주변에서 물이 마치 밀물처럼 밀려들어 왔다는 철물점 사장 유모(51)씨도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마치 높은 곳에서 계곡물이 내려오는 것처럼 순식간에 주변을 물바다로 만들었다”며 “집안에 있는데 비소리가 심상치 않아 문을 열어보니 물바다가 돼 있었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침수된 적이 없었는데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편 전라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 결과, 5일과 6일 양일간 익산시에는 104.2㎜의 누적강수량을 기록했으며, 중앙시장과 매일시장 등 시장 2곳의 상가 30여 동과 건물 6개소, 도로 7개소 등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에 소방당국과 경찰은 총 157명의 인력과 차량 23대, 양수기 34대를 동원에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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