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조사 제도 바꿔야 지방소멸 줄일 수 있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바꿔야 지방소멸 줄일 수 있다
  • 김윤덕 국회의원
  • 승인 2021.06.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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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슬프디 슬픈 파멸적 집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방 소멸을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는 예비 타당성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

필자가 지난 6월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향해 주문한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소멸 상황에서도 국책사업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는 예비 타당성 조사 방법을 전면 개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모여 살고 있다. 돈과 기회와 일자리가 ‘서울 생활권’에 몰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벚꽃 피는 순’으로 지방대학은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지만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받은 수도권 대학들은 오히려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표된 제4차 철도망 구축 계획(안)을 보면, 신규 광역철도 사업 중 수도권은 14건, 비수도권은 8건으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우리 전북에서 수년간 요구해왔던 전라선 고속화를 제외하고 전주~김천 간 철도, 국가 식품클러스터 산업선 등이 계획안에 제외되어 있다.

이렇듯 심각한 불균형이 왜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물론 심지어는 이명박 정부 같은 수도권 중심 개발주의자들마저도 ‘국가 균형 발전’을 외쳐왔지만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예비 타당성 조사 제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예비 타당성 조사는 1998년 공공사업 추진 전반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공공 건설 사업 효율화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도입되었다. 그러나 25년이 지나는 동안 약 7배의 국가 예산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개선된 적이 없다. 안타깝게도 지방에서 요구하는 굵직한 국책사업들이 좌초되는 명분으로 삼아온 것이 B/C(경제성분석)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B/C(경제성분석) 방법 중 편익/비용 비율을 나눠 ‘1’ 이상이 나와야 경제성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이 가진 극단적인 불균형 상황에서 인구가 적은 지방이 B/C가 ‘1’에 가깝게 나올 리가 만무하다. 반면 인구가 넘쳐나는 수도권은 거뜬히 ‘1’이 넘어선다. 이쯤 되면 국책사업 수도권 집중의 명분을 주기 위한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에 정부는 얼마 전 예비타당성조사가 지역 균형 발전을 해진다는 지적에 따라 ‘지역 낙후도 지수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변경된 지표는 인구 1개, 경제 1개, 주거 4개, 교통 4개, 산업 일자리 4개, 교육 4개, 문화 여가 4개, 안전 3개, 환경 4개, 보건복지 7개로 다양화하였다. 그러나 ‘양적 분석’에 치중한데다 주관적인 요소가 많아 낙후된 지역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지역의 현실에 부합하는 균형 발전 평가를 내놓았다는 기재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국세 납부 비율이 전국 대비 1%이며, 소득수준이 전국 최하위인 전북이 경북, 전남, 제주, 강원보다 발전한 지역으로 집계되는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이 밖에도 낙후지역의 SOC 사업 통과를 위해 가장 중요한 사회적 할인율을 현행 4.5%로 유지하게 되면서 ‘무늬만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대정부 질의에서 광역시가 없는 전북과 같은 지역은 지자체의 여건을 반영하는 등 분석 기준을 경제와 인구 규모, 주변 여건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점과 경제성 분석 시 지방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예비 타당성 대상 기준을 500억에서 1,000억으로 상향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6월 발표될 제5차 국도·국지도 계획이 현재 KDI를 통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게 경제성 분석을 내놓을 경우 또다시 수도권에 국책사업이 집중될 것이다. 국가 교통 인프라인 ‘제5차 국도·국지도, 제2차 국가도로망 및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서부터 국가 균형 발전에 대한 추가 점수를 부여하고 대상 기준을 변경하는 등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여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는 어떠한 정책보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김윤덕<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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