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청소년 기본수당을 제안한다
학생·청소년 기본수당을 제안한다
  • 천호성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 승인 2021.06.09 14: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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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 전주교육대 교수
천호성 전주교육대 교수

내년부터 전북지역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모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한다면 어떨까? “주면 좋긴 하지만 재원 마련은? 너무 포퓰리즘 아니야?” 등과 같이 황당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만 7세 미만을 대상으로 아동수당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이 시행되고 있고, 저소득층을 위한 정보화기기지원, 교육급여 지급, 맞춤형 교육급여 지원, 유아학비 보육료·영유아 보육료 등도 지원되고 있다. 더불어 일부 지자체에선 매월 일정 금액의 청소년 수당을 지급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복지정책들은 산발적이고 나열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체계적이고 “전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원이 추구하는 방향은 복지의 확장을 통한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 보장과 차별의 최소화에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출발선의 평등이라는 목표로 전면적인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렇게 부모의 능력이나 처한 환경에 따른 차별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바로 학생·청소년 기본수당이다.

이러한 학생·청소년 기본수당은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복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사회적 약자이며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학생·청소년에게 교육 훈련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고 적절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들의 권리의 영역에 해당한다.

둘째로 저출생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이미 저출생 사회에 대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더 중요하다. 2017년 11월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보고서를 보면, 국내총생산 대비 아동수당의 비중을 1% 증가시키면 합계출생률이 0.03%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학생·청소년 수당 지급은 청소년기에 부모의 양육과 교육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일조할 것이다.

셋째로 기본소득 시대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확산으로 더 이상 완전고용을 보장할 수 없는 사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에서도 누군가는 소비해야 경제가 계속 유지된다. 사회구성원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인 기본소득 지급은 불가피한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지금과 같이 자영업의 어려움이 지속될 때, 학생·청소년 기본수당을 현금 또는 지역화폐와 연계하여 지급하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아동·청소년을 위한 맞춤 복지는 이미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에선 일반화 되어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90여 개국이 아동청소년수당을 실시 중에 있고 특히 독일의 경우 아이가 만 18살이 되기 전까지 자녀 1인당 매월 204유로(약 27만원)가 기본 지급되고, 핀란드는 매월 약 12만원을 지급하고 있고, 스웨덴은 약 14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정책은 지역이나 학교, 지자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총 20만원을 기본수당으로 지급한 옥천의 안내중학교, 전교생에게 매주 2000원을 교내매점화폐로 지급하는 보은의 판동초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학교 밖 청소년에게 교육참여수당을 최대 2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고, 김제시는 전국 최초로 지역에 거주하는 만 16~18세 청소년에게 매달 5만 원씩의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수당 지급의 취지는 좋은데 과연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까? 가령 현재 전북지역의 초·중등 모든 학생들과 학교밖 청소년 약 20만명에게 매월 2만원씩 지급한다면 1년에 약 475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교육복지지원비를 포함한 예산의 효율적 재조정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자체와 함께 교육협력지원금을 편성한다면 지급금액을 추가로 늘려가거나 연령대별로 금액을 인상하여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돌아보면 무상급식이 시행될 때 정치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있다. 학생?청소년 기본수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학생?청소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의 보장 측면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

천호성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전주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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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2021-10-01 17:41:50
어린이 청소년 기본수당 논의 격하게 환영합니다!!!!
아이사랑 2021-06-09 19:28:28
정말 현실적으로 공감하는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