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창조적 파괴’에서 부터
혁신은 ‘창조적 파괴’에서 부터
  •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1.06.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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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초 칭기즈칸이 세운 몽골제국은 1세기 이상 아시아와 유럽 양 대륙의 드넓은 영토를 지배했었다. 몽골제국이 이처럼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빠른 속도와 기동성을 갖춘 칭기즈칸의 몽골기병 덕분이었다.

칭기즈칸 군대가 뛰어난 기동성을 갖출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보급부대를 없앴기 때문이다. 과거 전쟁에서 ‘보급’은 전쟁의 8할을 차지할 만큼 중요했는데, 따로 보급부대가 없었던 칭기즈칸의 기병들은 개인이 육포와 가루우유, 말 젖 등을 휴대하고 다녔다고 한다. 홍익희 세종대 교수의 저서 ‘세상을 바꾼 음식이야기’에 따르면 “가루를 낸 육포를 물에 타 마시면 육포가 뱃속에서 불어 한 끼 식사로 충분”했는데, 육포 한 봉지로 일주일치 식량이 됐다고 한다. 또한 밥을 짓기 위해 불을 피울 일도 없어 적에게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습작전이 가능했다는 것.

이처럼 칭기즈칸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육포라는 음식을 전투식량으로 사용하며, ‘전쟁=보급’이라는 기존 법칙을 깨버렸다. 보급전이 전쟁의 승패를 갈랐던 중세 역사에서 보급부대를 없앤 건 당시로선 엄청난 혁신이었고, 이 같은 칭기즈칸의 ‘창조적 파괴’가 몽골을 세계 최대의 제국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창조적 파괴’는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조셉 슘페터가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1912년에 발표한 저서 ‘경제발전론’에서 “혁신으로 낡은 것을 파괴하고, 기존의 것을 도태시켜야 새로운 게 창조된다. 이윤이란 ‘창조적 파괴’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이 얻는 정당한 대가”라고 했다.

창조적 파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근본적 변화나 새로운 형태의 등장을 얘기하며, 단순한 성장을 넘어서 질적 변화와 더불어 과거의 것을 완전히 파괴하는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업가 정신과 함께 창조적 파괴가 무엇인지를 뚜렷하게 보여줬던 대표적인 인물로 애플의 스티브잡스를 꼽을 수 있다. 그가 이뤄낸 업적과 그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를 보면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와 이로 인한 동적인 경제발전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에 심취해 변화를 거부하고 모두가 새로운 것을 좇아 나아갈 때 가만히 있는 것은 흐르는 물에서 헤엄치지 않고 뒤로 떠밀려 가는 것과 같다.

필름 카메라의 최강자였던 코닥이 디지털카메라를 먼저 개발했음에도 ‘카메라는 필름’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도태되는 실수를 범했던 반면, 후발주자였던 후지필름은 기회를 포착하고 디지털 카메라 연구를 시작해 지금은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슘페터가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듯이, 혁신은 불연속적인 변화이며 모든 혁신에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이제 혁신은 의무가 됐다.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은 도태되기 마련이며, 기존의 업무와 역할만 고집하다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매일을 리셋 해야 한다.

준비 없이 맞이한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러나 과감히 보급부대를 없앤 칭기즈칸처럼 기존의 통념을 뒤흔들고 변화를 위해 나아간다면 생각지 못했던 큰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혁신은 창조적 파괴에서 나온다는 것,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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