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혼 명인명장] ‘커피와 카페에 담긴 생각에 손님들이 온다’ 강봉호 커피디딤 대표
[천년의 혼 명인명장] ‘커피와 카페에 담긴 생각에 손님들이 온다’ 강봉호 커피디딤 대표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1.05.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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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스타벅스 1호점의 탄생 이후 아메리카노를 위시한 커피문화는 이제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문화로 자라났다. 도내에서 커피문화의 저변을 다진 강봉호(48) 커피디딤 대표는 전주의 초창기 커피 로스터이자 비전을 지닌 경영자이다. 부드러운 커피 향기 속에서 묻어나는 커피와 카페의 철학을 듣고자 강 대표를 방문했다 <편집자주>

 

강봉호 커피디딤 대표가 커피 원두를 직화 방식으로 로스팅하고 있다.   최기웅 수습기자

2009년 2월에 전북대 옛 정문 맞은편 1층 건물에서 시작한 커피디딤은 이제 3층 건물로 자라났고, 인후동과 팔복동에서도 각기 2호점과 3호점으로 자라났다. 그러나 강 대표는 여전히 아침 일찍 커피 로스터 앞에서 커피를 볶고 포장 구매를 찾는 학생들에게 커피를 직접 내려주고 있었다.

강 대표는 커피를 시작하기 전 현대 하이닉스(현재 SK하이닉스)의 전도유망한 반도체 엔지니어였다.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삶에서 커피로의 전환에 대해 묻자 강 대표가 커피에 관한 관심과 더불어 삶에 대한 주체성을 가진 데에서 비롯됐다며 웃었다.

“아내는 병원에서, 저는 회사에서 일하는 주말 부부의 삶이 고되기도 했지만, 인생의 방향에서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게는 그 길이 커피였습니다”

2006년 커피 공부와 카페 운영에 대한 준비를 다지고, 2007년 덕진공원 앞 커피발전소를 공동창업 한 강봉호 대표는 2년 후 독립해 2009년 커피디딤으로 자신의 싹을 틔웠다. 커피가 전공을 아니었지만 공대생으로써, 엔지니어로서 습관화 된 ‘연구·탐색·분석·테스트’는 커피 분야에서도 성과로 나타난다. 강 대표는 커피 로스팅·메뉴개발·매장 운영·커피교육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고, 이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예로 커피디딤에서 쓰이는 로스터는 여전히 직화식 후지로얄이다. 이미 반열풍 및 열풍식이 많이 보급됐음에도 불구하고 강 대표는 로스팅에서 여전히 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직화식은 커피콩이 탈 수가 있다는 위험도가 있지만, 감칠맛과 화려함에서는 직화의 방식이 유리하죠. 자동차로 말하자면 오토 기어가 아닌 수동기어라고 할까요. 열을 투입할 때와 차단할 때를 다루는 경험은 반열풍·열풍을 다루는 것과 다르죠. 그리고 그 차이가 제가 추구하는 맛을 다지게 됩니다.”

강 대표는 로스팅의 중요성에 대해 아메리카노를 예시로 들었다. 통상적인 에스프레소 원두의 경우 여러 나라 커피를 섞는데, 해마다 완전히 똑같은 원두는 없다는 것. 1주일에 3회, 1년에 약 150회 정도를 테스팅하며 지향하는 아메리카노의 맛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한다는 것. 강 대표는 맛은 객관성이 있고, 맛있는 커피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핸드드립 커피에서 거슬림이 없고 식어도 맛있으며 이는 커피는 ‘신맛만 강조된 커피’가 아니라 신맛과 단맛이 꼭 같이 있어야 합니다. 아메리카노 역시 고가의 생두로 조합한 원두를 쓰면 커피는 누가 뽑아도 맛있고 진합니다.

 

그렇다면 강 대표에게 카페·커피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강 대표는 손님이 카페에 방문했을 때 음료·메뉴·공간·서비스에서 카페의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손님이 카페를 방문할 때는 음료의 맛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물론 좋은 음료에 대한 소신과 노력은 바로 드러납니다. 다만 카페의 기능은 커피의 제공에서 그치지 않고, 카페 내에서 소비하는 시간·공간에 대해서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커피디딤의 정체성은 상호처럼 ‘디딤돌’이다. 강 대표는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디딤돌이 되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전북대점에는 2층과 3층에 ‘스터디룸’을 마련했는데, 전북대 학생들이 스터디를 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강 대표는 “마루를 오르기 전 디딤돌을 오르듯이, 인생의 순간에 디딤돌이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 대표의 ‘디딤돌’ 역할은 매장 운영과 학생에게 그치지 않았다. 2015년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커피 교실을 통해 많은 여성이 취미와 취업 부분에서 커피를 접했다. 강 대표는 그 교육이 매장 밖에서 싹을 틔웠다고 설명했다.

“2009년 당시에는 커피 교육이 ‘마니아’ 층에 가까웠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 ‘핸드드립’과 ‘사이폰’도 손님 앞에서 시연하며 커피를 마시는 방법들을 소개했죠. 그러던 중 매장 바에서 소규모 인원으로 한정해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2015년에 여성교육문화센터가 신설되며 강의를 진행하면서 또한 순창군·완주군 주민센터 문화교실, 원포인트 강의 교실, 청소년 진로체험 교실 등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커피 교실의 운영이 경영에도 도움이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 대표는 단호하게 “커피 교육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커피 문화의 저변 확대가 절실하다”는 이유를 설명했다. 커피교육을 받을수록 좋은 커피를 알게 되고, 다양성을 알게 된다는 것. 커피 교실로 얻는 수업은 미미하지만 커피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 대표의 말은 큰 울림을 지니고 있었다.

 

사업 상담에 대해서도 강 대표는 친절하지만 냉정하게 상담에 응하고 있다. 특별히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3시간이 소모되는 상담에 정성을 들이는 이유를 물었다. 강 대표는 가게를 운영하던 중 카페들의 흥망성쇠를 보며 ‘개인 사업자가 망하는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을 전하기 위함이다.

“보통 카페를 창업하기 위해서 최소 수천만 원에서 몇억을 투자하지만, 1년 이상 버티는 매장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커피업계에서 ‘커피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뜻인데, 유행하는 메뉴를 테마로 한 카페는 그 음료의 유행기간이 길어야 6개월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단골고객이 계속 찾으려면, 인스턴트 재료보다 수제를 써야 사람들이 기억하고 오래 찾습니다.”

강 대표는 음료 역시 식품이므로 첨가물이 우리 몸에서 ‘부대낌’을 느낀다는 점을 설명했다. 부대낌이 자주 일어날수록 고객들은 매장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돼,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더라도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게 강 대표의 소신이다.

또한 강 대표는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자기생각과 입으로 ‘맛있음’을 정의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자신이 만드는 커피에 기준점을 잡고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강 대표는 그 예시로 “커피디딤이 추구하는 맛있음은 ‘거슬림·불편함이 없고 고유의 향과 맛을 이끌어내야 함’이다”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도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 커피 한 잔과 여유가 필요한 사람들, 자신을 성장시키려는 사람들이 더욱 방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매장을 준비하거나 운영에 대한 고민 상담도 꾸준히 듣고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에도 많은 카페들이 문을 열었지만 이를 오래 유지하는 일은 벅차고 힘든 일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 상담이 도움이 디딤돌이 된다면, 저는 기쁘게 그 일을 맡을 것입니다”

 

 

강봉호 대표가 조언하는 창업 전 생각해야 하는 고민

▲ Who Am I(나는 누구인가) : 시간이 지나면 카페는 주인을 닮아가는 만큼,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더라도 주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 나는 미각이 있는가 : 자신에게 커피와 맛에 대한 미각이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카페 주인이 커피를 피하거나 상품으로서만 생각한다면 망하게 된다.

▲ 분명한 경영 철학이 있는가 : 경영과 가치관과 원칙이 있고, 이를 꾸준히 이어갈 때 손님들이 이어진다.

▲ 위치와 노력이 조합돼야 성공한다 : 위치가 좋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카페는 약 1~2년 후에 망하고, 위치가 나쁘고 노력하면 가게는 유지할 수 있지만, 성공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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