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젊은 감독들과 만나다] 2. ‘연인들’ 허건 감독 “서로 낯선 개인이 ‘연인’이 되어 ‘인연’을 맺고 함께 늙어 가는 모습을”
[전북의 젊은 감독들과 만나다] 2. ‘연인들’ 허건 감독 “서로 낯선 개인이 ‘연인’이 되어 ‘인연’을 맺고 함께 늙어 가는 모습을”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1.05.0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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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건 감독의 작품 ‘연인들’은 치매에 걸린 두 연인을 말한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요양원에 보내는 날, 자신에게도 치매 증상이 시작됨을 눈치챈 아내 현주는 동반 자살을 결심한다. 숲의 생명력과 죽음을 대조하는 젊은 감독의 연출은 순식간에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허건 감독을 만나 영화의 배경과 상징들을 들어보았다.

 ▲ 해당 작품은 ‘노래’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난다. 노래는 두 사람의 기억을 연결하는 연결고리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이 노래가 영화의 모티브인가?

 -남궁옥분 가수님의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는 본래 좋아하던 노래다. 아이템을 생각한 순간부터 이 노래를 쓰는 것을 마음속으로 결정해 ‘의도적’이었는지가 정확히 판단되진 않는다. 다만 시나리오가 정리되고 나서 의도적으로 이 노래를 고른 게 아니기에, 어쩌면 이 노래 자체가 초기 기획에서 하나의 모티브라는 게 맞는 것 같다.

 ▲영화 도중 종종 카메라 뷰가 숲으로 또한 남편이 산으로 달려나가고, 아내가 매미소리에서 멍함을 느낄 때도 숲은 둘을 갈라놓으면서도 언뜻 평화로운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이 영화에서 두 ‘연인’보다 두 연인의 ‘공백’을 느끼기 위해 숲을 사용한 것인가?

 -좋은 질문 감사하다. 다만 숲을 장소로서 결정한 것이 ‘공백’을 느끼기 위한 연출이었냐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아니다’고 답해야 할 것 같다.

 처음 이 영화의 기획은 2020년 코로나 판데믹 속에 영화를 어디서 찍어야 안전할 것인가라는 생각에서 ‘숲’을 결정했다. 그 후 늘 마음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가져왔고, 모티브로서 음악과 몇몇 소재들이 섞이며 본 영화가 완성되게 되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숲’의 의미는 죽음으로 다가가는 두 노인에게 ‘생生’의 기운이 넘치는 공간과 시간대를 아이러니하게 표현하고자 함이 컸다. 매미 소리도 이와 마찬가지다. 생의 기운이 강한 한 여름, 푸른 자연 가득한 숲 속에서 생존을 위해 울어대는 매미소리. 결국, 공간으로 선택한 ‘숲’의 이유는 죽음을 결정한 두 노인과 상반되는, 생의 외침이 가득한 공간을 보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까.

 ▲ 자동차에 장식품에 달린 둘의 젊은 사진과 깃털 장식은 어떤 의미인가?

 깃털 장식은 죽음을 결정하여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였고, 마지막에 틸업(til-up)하는 엔딩 샷과 연결되는 부분일 것 같다. 개별적으로 담겨진 젊은 사진들은 창 밖에 비춰지는 두 노부부의 포커스 아웃된 실루엣과 연결 짓고 싶었던 부분이다. 서로 개별적으로 살아온 두 인간이(각자의 얼굴이 담겨 있는 사진 액자, ‘연인’이 되어 ‘인연’을 맺고 함께 늙어갔음을, 그리고 둘은 죽음을 앞둔 현재까지 함께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 감독님이 앞으로 만들 영화가 궁금하다. 평소 소재를 얻는 방식과 앞으로 만들 영화에 대해 듣고 싶다.

 영화 중 SF장르를 좋아한다. 그 중 SF설정 속 인간들의 모습을 다루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데, ‘가타카’, ‘HER’, ‘칠드런 오브 맨’과 같은 것들이다. 현재 한예종에서 전문사 과정을 하고 있는데, 장편영화를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제 취향이 반영된 멋진 저예산 SF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게 현재의 목표다.

 영화의 소재를 얻는 방식이라면, 평소 메모를 많이 한다. 제 자신이 그다지 똑똑한 사람이 못 되고, 기억력이 너무 좋지 않아 어떤 이미지나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웹에 정리하고 메모하한다. 그런 후에, 모아둔 아이템, 소재, 아이디어들을 종합해가며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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