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사태발 이해충돌방지법, 성과와 한계
LH사태발 이해충돌방지법, 성과와 한계
  •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
  • 승인 2021.04.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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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관 예원예술대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교수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가 지적했던 ‘투기적 천민자본주의’(Der spekulative Pariakapitalismus)의 망령이 우리 사회를 유린하고 있다. 바로 온 국민의 공분을 사게 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내부정보를 빼돌려 땅 투기에 몰두했던 일부 LH 직원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공직사회 전반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다수 국민들의 냉소적 비난은 촛불정부로 향했고 급기야 최근 4·7 재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에 참패를 안기는 기폭제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부 LH 직원들의 비리와 투기는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인가? 특권적인 지위를 이용한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와 이기적 사익추구는 그 자체로 부패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작금의 LH사태는 준비 없이 우발적으로 진행된 ‘상황적 부패’라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이미 인식된 형태로 굳어진 ‘구조적 부패’로 규정할 수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낙타 등에 떨어진 지푸라기와 같은 개별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낙타의 등을 부러뜨릴 만큼의 한계 하중에 해당하는 부패구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투기적인 부의 축적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던 LH전북본부 직원의 첫 구속 사례는 이제 부패의 고리를 근본부터 잘라내는 구조개혁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해충돌방지법’을 속도감 있게 몰아가고 있다. 여야는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이어 22일 소관 상임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3년 처음 발의하여 입법 논의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이룬 성과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의 핵심은 공직자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나 가족이 인허가, 계약, 채용 등의 과정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한 법이다. 이 법안은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규정하고 있지 못하는 공직자의 민간 부분에 대한 부정청탁 금지를 제도화한다는 의미에서 ‘김영란법’의 확장판이란 의의가 있다. 특히 공직자가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때는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7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 등 강도 높은 형사처벌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은 이제 ‘이해충돌방지법’의 처벌조항 강화가 부동산 투기 등 부정부패를 근본부터 예방할 수 있는 대안적 장치일 수 있느냐에 있다. 우선 큰 틀에서 법의 소급적용이 안 돼 ‘이해충돌방지법’의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해도 작금의 상황에 대한 성난 민심을 속 시원히 달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한 걸음 더 각론으로 들어가서 보완해야 할 내용이 있다. 바로 정보공개 의무이다. 특히 4급 이상 공무원과 국회의원 그리고 지방의원까지 포함하는 고위공직자의 경우, 민간활동 및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적 이해관계자와의 이해충돌 여부 확인은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 때문에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고위공직자의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가족의 사업장이 있다면 반드시 신고는 물론 공개해야만 한다. 그러나 법안 논의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를 매년 ‘등록’하고, 특히 고위공직자의 경우에는 ‘공개’까지 하자고 한 내용이 빠진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본인에게 맡겨진 신고 의무만 있을 뿐 공개 의무를 강제하지 않는 법안의 사각지대는 또 다른 숙제를 남기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만으로 모든 공직자의 비리와 부패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법안이 혹독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전제로 한 국민과 한 약속이라면,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본다. 아쉽지만 그래도 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시작을 알린 만큼 본 법안이 공직사회의 청렴문화를 정착시키는 새로운 표준이 되길 기대해 본다.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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