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 제20회 개인전 ‘느낌의 무게’…개개인의 일상과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데자뷰
조헌 제20회 개인전 ‘느낌의 무게’…개개인의 일상과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데자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4.22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헌_징후적 풍경_판지에 유채_107.5×78cm_2021

 느낌에 무게가 있을까? 조헌 작가의 그림에서는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그의 작품 앞에서는 마주치는 환경이나 현상이 흘러간 시간 만큼이나 무거운 추를 달아 놓은 채 우리를 끌어당긴다.

 조헌 작가가 28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스무 번째 개인전 ‘느낌의 무게’를 연다.

 작가는 주로 즉흥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상태로 작업을 진행한다. 강한 이미지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보는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강렬하게 전달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시간이 스며들어 형태까지 무너진 경계가 모호한 풍경이 전시장 안에 가득하다. 탄탄한 데생력과 색채에 대한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묵묵하게 작업을 해오며 조헌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왔기에 가능했다. 자신감 넘치는 붓질로 펼쳐보인 아련한 풍경은 저마다의 풍경으로 관람객 각자에게 아로새겨지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조헌_징후적 풍경_판지에 유채_78×107.5cm_2021
조헌_징후적 풍경_판지에 유채_78×107.5cm_2021

 어스름 내리는 인적 드문 길에서, 비가 내리고 있는 흐릿한 도시 풍경, 세월의 풍파를 겪어내고 있는 듯한 성난 파도,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차디찬 빈집, 그리고 우울한 분위기의 실내. 작가는 대상의 표면적인 묘사나 윤곽의 단순한 재현에 머물지 않고 힘이 느껴지는 붓질과 그것이 화면에서 마찰을 일으키며 파생하는 자취, 상처 그리고 물감 자체의 물성이 공존하면서 이루어내는 상황들을 흥미롭게 연출해 보인다.

 그런데 그가 만들어낸 공간과 현상은 작가 자신의 감정이입을 최소한으로 한정 짓고, 관람객들이 주관적인 시선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끌어당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머물다 간 것만 같은 그 흔적 앞에서 관람객들은 일상과 경험에서 느끼는 데자뷰로 작가가 가지는 느낌의 무게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때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욕망을 말한다. 과감하게 단색으로 칠해진 배경에 단독으로 설정된 사람과 개의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정색에 가까운 무표정이다. 공허하고 공격적인 눈빛을 하고 있는 형상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 작가는 원광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서울과 광주, 군산, 전주 등의 도시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서울국제아트페어 등 다수의 기획·단체전에 200여 회 참여했다. 신세계 미술제, 전라미술상 수상, 우진문화재단 지원작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라북도 전시지원 작가 등에 선정돼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