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회복적 정의가 필요하다
학교폭력, 회복적 정의가 필요하다
  •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
  • 승인 2021.04.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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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

  요즘 학교폭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심지어 오래전에 있었던 일들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다양한 폭력 형태는 인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이 만물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수많은 폭력행위로 점철된 역사가 있었다.

  폴란드 출신 법학자, 라파엘 렘킨(Raphael Lemkin)은 심지어 “폭력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 행동의 고유 특성이며,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대량학살의 피로 물든 폭력의 역사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끝이 보이지 않는 폭력의 현실 앞에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폭력이라는 도전에 대한 적극적인 응전전략이다. 

  학교도 각종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학교폭력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자, 국가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지방자치단체는 학생인권 조례 등을 만들었다. 이를 근거로 교육당국이 온갖 정책을 펼쳤지만, 그 결과는 항상 실패로 끝났다. 학교에서의 폭력문제는 법이 아니라, 지극히 교육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때 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학생 간에 발생하는 폭력문제는 처벌이 주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어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법률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학교폭력은 가정폭력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으며, 사회폭력이 누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법만으로 학교폭력을 근절시키겠다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따라서 법 이외의 방법으로 학교에서 폭력을 예방하고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그러한 측면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 같다. 그것이 바로 ‘회복적 정의’의 실천이다. 

  회복적 정의는 깨진 관계를 다시 복원하는데 초점을 맞춘 정의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교직원이 회복적 정의의 실천모델이 되어야 한다. 특히, 교직원의 마인드가 어떠한지가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학교 안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경심을 키울 수 있는 물리적·정서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물리적 환경은 회복적 작업이 가능한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고, 정서적 환경은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학교공동체가 추구하는 비전, 정책,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이 조정과 협상 훈련을 받아 이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네 번째로는, 학생도 스스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협상능력, 조정기술, 합의형성 과정 등을 가르쳐야 한다. 다섯째, 학교가 친절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친절은 존중과 배려에 대한 감사와 지지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 있다. 이러한 회복적 정의에는 존경, 신뢰, 상호의지, 자기통제, 자기훈련, 수용성, 책임감 같은 다양한 가치들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학교 현장에 활용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회복적 정의 실천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결국, 학교폭력은 학생만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그리고 우리 모두에 의해 만들어진 그릇된 문화의 결과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아무리 강력한 대책을 세운다 해도 회복적 정의 실천을 위한 새로운 학교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회복적 정의 실천을 위한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 (전) 전북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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