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짇날과 제비
삼짇날과 제비
  • .
  • 승인 2021.04.13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음력 3월 3일은 삼짇날로 설날, 단오, 칠석, 중양절처럼 양수(陽水)가 겹치는 길일(吉日)로 명절 못지않게 여겼다.

▼ 이날 진달래 화전에 쑥국 끓여먹고 농경제(農?祭)를 지내 풍년을 기원했다. 이날 장(醬)을 담그면 맛이 좋다 해서 장 담고, 선비들은 구부러진 물길에 술잔을 띄우고 자기 앞에 오면 마시고 시 한수 읊는 운치 넘치는 곡수연(曲水淵)놀이 등 풍속이 있었다. 봄의 명절 삼짇날은 중양절에 수천리의 따뜻한 남쪽나라 강남으로 갔던 제비들이 돌아오는 날이다.

▼ 제비는 해충을 잡아먹고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긍정적 이미지로 우리와 친숙한 새다. 물론 부정적 의미의 제비족이라는 말도 있다. 카바레를 드나드는 주로 30대 이상 중장년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비의 날렵한 생김새와 서울의 강남을 연상하는 때문인지 날씬한 외모의 바람둥이를 비유한 부정적 의미로 이미지화된 제비로서는 억울할 일이다.

▼ 하지만 착하고 성실하고 양심 바른 인간에게 보은할 줄 아는 기특함도 있다. 부러진 다리를 고쳐준 흥부에게 보은하기 위해 삼짇날 돌아온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에서 쏟아진 금은보화로 부자가 된 ‘흥부가’처럼 제비는 동서양에서 풍요와 행운의 새로 알려져 있다.

▼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옛말이 있다. 비교적 정확도 높은 일기예보였다고 한다. 이런 제비가 돌아오지 않은지 오래다. 농약으로 곤충이 없고 환경오염으로 수컷 제비 정자도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비 눈으로 우리 사회를 볼 때 불공정, 불신이 판치면서 흥부 같은 사람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실망감 때문이 아닌지! 제비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가 아닌가 싶다. 4월 14일 삼짇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