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문화적 학습에 의한 것인지 선천적으로 가지는 기호인지는 논란이 되어왔다. 미가 객관적 속성이든 마음속에 쾌를 불러일으키는 미적 대상이든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가 선험적인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자식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실제로 아기들은 귀여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부모의 보살핌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아기들은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아니면 거꾸로 우리의 심리적 선호가 아기들의 모습에 고정된 것은 교활한 유전자의 조작인지도 모른다.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의 새끼들도 나름대로 특별한 표시를 가지고 태어난다. 제인 구달에 의하면 아기 침팬지들이 하얀 꼬리털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표시를 가지고 있는 한 어른 침팬지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침팬지에게는 하얀 꼬리털이 인간이 아기들에게 느끼는 저항할 수 없는 아름다움인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유전자가 조작한 생물학적 표식에 대한 위장일지 모른다. 우리는 아이의 특성 즉 커다란 눈, 부드러운 피부, 포동포동한 뺨과 작은 코, 등에 깊은 선호를 가지고 있다. 특별히 예쁜 여성들은 보통의 여성들에 비하여 이와 같은 아기의 특징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미의 탐지기가 생물학적으로 조종되었다는 깊은 의심을 싸게 만든다. 운명이 외모에 의해 갈림길에 마주 서는 경우는 쌍둥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행동연구에서도 나타난다. 체중이 미달된 쌍둥이를 키우는 어머니를 관찰해보면 쌍둥이 중 한 명에게 더 많은 시간 동안 달래고, 안아주고, 놀아준다는 것이다. 쌍둥이 중 더 건강하고 매력적인 외모의 아기들에게 보이는 어머니의 호의는 비록 무의식적이든 아니든 진화적 적응의 결과라고 해석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건강함과 생존능력을 과시하는 새끼들에게 먼저 먹이를 주고 관심을 쏟는다. 이런 어미의 현명함이 없다면 종족의 번식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아기를 벗어난 우리의 아기들이 독립적인 생각과 생존의 능력이 갖추어 짐에 비례하여 우리들의 즉각적인 보호본능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한다. 자식과 부모간의 사랑이 유전자의 이기적 복제를 위한 장치라는 냉소적인 견해가 현실에서 우리의 애틋함을 훼손할 수 없듯이 외모가 가여운 아기의 운명을 결정하는 심판자라는 견해로 우리의 사랑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미의 가치는 유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여전히 높은 지위를 누린다. 아름다운 여자들을 위해 젊은이들은 위험과 손해를 기꺼이 감수한다. 우리의 이타심은 기이하게도 예쁜 여자를 보면 자동적으로 불타오르는 데 반해 예쁘지 않은 여자에게는 인색해지는 얄미운 융통성을 보인다.
도로에서 두 여자가 타이어에 구멍이 나서 차 옆에 서 있으면 예쁜 여자 쪽이 먼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손익계산서와 상관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예쁜 여자를 더 도와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뚱뚱하고 덜 매력적인 여자의 상대적 비애는 위로받기도 보상받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는 귀족 신분이나 상속된 재산을 날 때부터 부여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가진 것에 대한 선천적인 불평등’ 이다.”라며 미의 높은 지위가 권력이나 재산과 동급임을 선언한다. 미의 가치는 남자에게서도 위력적이다. 잘생긴 남자는 남자들 사이에서 지배계급을 획득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소년들의 집단에서 등급을 정할 때에도 체격이나 외모가 영향을 미친다. 성인이 되어서도 잘생긴 남자가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결과이다.
잘생긴 남자는 논쟁에서도 잘 이기고, 타인들을 잘 설득한다고 한다. 선거에서도 잘생긴 남자, 키가 큰 남자가 유리하다고 한다. 또 잘생긴 남자는 일찍 성경험을 하고 데이트를 승낙받는데 어려움이 적고 통계적으로 수입이 많다는 것이다. 미의 가치가 가지는 이러한 의미는 슬프게도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자신의 노력이나 선택에 의하지 않은 것에 의하여 자신의 지위가 결정되는 것은 신분의 상속이 대물림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태양계에서 지구의 위치는 민주적 투표로 결정되었는가?
최정호 <대자인병원 성형외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