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동양계에 대한 살인, 구타, 욕설, 조롱
미국인의 동양계에 대한 살인, 구타, 욕설, 조롱
  • 이정덕 전북대 교수
  • 승인 2021.04.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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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부근에서 한 백인 남성이 8명에게 총을 쏴 죽였는데 그중 4명의 한인을 포함하여 동양계가 6명이었다. 범인은 인스타그램에 차이나바이러스 때문에 미국인 50만명이 죽었다며 중국이 최대의 악이며 중국과 싸워야 한다고 썼고, “아시아인을 다 죽이겠다”고 외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타이계가 길거리에서 구타당해 결국 죽었으며, 리버사이드에서 산책을 하던 중국계가 복부를 찔려 죽었으며, 뉴욕 지하철에서는 필리핀계가 커터칼로 얼굴을 베였다. 불안해서 집콕하는 동양계가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동양계를 향한 총격, 구타, 난동, 욕설, 조롱이 급증했다. 미국 전국에서 지난 1년간 접수된 동양계 혐오범죄가 4천건 정도 된다. 뉴욕시 경찰에 접수된 동양계 혐오범죄가 2019년 3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28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석달만에 35건으로 2019년과 비교해 40배 정도 증가했다. 직장이나 상점이나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욕을 하거나 밀치거나 무시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사소한 일이라 신고하기도 어렵다. 필자가 1980년대 후반 뉴욕 유학시절에 길거리에서 백인 꼬마로부터 “중국놈 Chink”이라는 말을 들어 쫓아갔더니 도망갔다.

특히 미국 최악의 대통령인 트럼프가 “중국 바이러스” 또는 “쿵푸독감”이라며 중국이 코로나19를 일부러 퍼트린 것처럼 만들어 미국에서의 동양계에 대한 불만과 혐오에 불을 질렀다. 미국 내에서도 동양계가 백인가구보다 소득이 높으며 공부를 열심히 하여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전문직으로 많이 진출하면서 백인들이나 흑인들의 질투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현재 동양계가 미국으로 가장 많이 이민을 오기 때문에 동양계라는 이방인이 나타나 일자리나 전문직을 빼앗아간다는 불만이 백인이나 흑인 사이에서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세계사적인 성장을 하며 G2로 부상하자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다는 미국인의 염려가 높아지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엘리트들에게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중국에 빼앗길까봐 걱정하는 황인종위험(Yellow Peril)이라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계속하면서 동양인혐오를 폭발시켜 중국인과 비슷한 동아시아계가 혐오공격의 주된 대상이 되었다, 공격당한 동양계는 주로 중국계(40%), 한인(16%), 베트남계(8%), 필리핀계(8%), 일본계(7%), 대만계(5%)로 동아시아계이다. 미국에서는 동아시아계를 같은 인종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들을 출신 국가별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러한 인종혐오범죄는 미국 역사와 함께 해온 것이다. 식민지 건설과 건국 그리고 서부개척 과정에서 원주민들을 수없이 학살하고 추방하며 토지를 빼앗았으며, 남부에서 흑인들을 노예로 삼아 200년간 경제를 키워왔다. 노예해방 후에도 흑인에 대한 린치와 차별은 계속 되었다. 흑인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이러한 엄혹한 인종차별에 맞서 싸워서 인종차별을 줄여왔는데, 아시아계는 자신들의 투쟁 덕에 차별도 별로 받지 않고 그 결실을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많은 백인은 자신들이 미국의 주인인데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 이방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자신들보다 잘산다고 생각한다, 백인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주인이며 동양계는 성실하게 자신들의 밑에서 보좌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인 중하층들은 자신들보다 잘 나가는 동양계를 보면 배가 아프다. 주인보다 잘사는 이방인이라니! 코로나를 핑계로 동양계에게 온갖 화풀이를 하고 있다. 동양계가 사회적 약자이다 보니 더 쉽게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의 참혹한 인종차별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유태인들이 유럽에서 천년도 넘게 위험한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공격당하고 학살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숨이 막힌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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