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 <98> 차의 길 ⓛ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 <98> 차의 길 ⓛ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 승인 2021.04.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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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조금은 느리고 오래된 전통쯤으로 여기는 다도(茶道), 우리는 다도에 대해서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다도라 하면 일본식 다도를 연상하거나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다도란 무엇일까? 어떤 이는 외형적 아름다움에 반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내면적인 정신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내면이든 외형이든 따뜻한 차 한잔은 아름다운 향수처럼 가까이하고 싶은 것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차는 중국 고대 삼황(三皇)중 한 명인 신농씨가 처음 찻잎을 발견한 이래 그 위상은 어떤 기호 음료보다도 우월한 위치를 차지했다. 중국인들에게 차는 ‘개문칠건사(開門七件事)’라 하여 아침에 문을 열면 마주하는 것으로 7가지(땔감·쌀·기름·소금·간장·식초·차) 생활필수품 중 하나로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었다. 차로써 친구와 담소를 나누고, 손님을 접대하고, 심신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삼았다. 시대마다 다양한 형태의 차를 마시는 음용법은 지역적으로 다르고 민족성과도 관련이 있다. 과연 다도는 언제부터 우리에게 다가왔을까.

먼저 중국 고대의 다도는 당(唐)의 시승 교연(皎然, 720~793) 선사에서 찾기도 한다. 그는 중국의 다성(茶聖) 육우(陸羽, 733~804)의 교우이며 시승(詩僧)이다. 그의 시 “음다가 초최석사군(飮茶歌 ?崔石使君)”을 보면,

 

월나라 친구가 섬계의 차를 보내니

금빛 어린 찻잎을 골라내어 금솥에서 만든다네.

 

하얀 자기에 눈처럼 흰 향기로운 분말을 만드니

어찌 신선들이 마신다는 옥로와 같지 않을까.

 

한 잔을 마시니 어리석음이 씻겨져

마음이 홀가분해져 온 세상이 풍성하구나.

 

두 잔을 마시니 정신이 맑아져

갑자기 비가 내려 먼지를 씻어낸 듯하다.

 

석 잔을 마시니 바로 도를 깨달아

어렵게 번뇌를 깨고자 힘쓸 필요가 있겠는가.

 

교연은 월나라 사람이 보낸 섬계의 차를 금빛 찻잎으로 비유하며 금솥에서 차를 만들어 마신다고 할 만큼 참으로 차를 귀하게 여긴 듯하다. 자기에 담긴 차는 신선이 마시는 옥로와 비유될 만큼 맑고 깨끗한 것으로, 한 잔을 마시면 어리석은 마음이 씻겨져 마음이 홀가분해지며, 두 잔을 마시니 비가 내려 먼지를 씻은 듯 정신이 맑아지고, 석 잔을 마시니 애써 번뇌를 씻고자 할 필요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 ‘차를 마시면 도를 깨닫는다’라고 한 것이다.

이슬처럼 맑고 고운 옥로와 같은 차를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정신을 맑게하는 차를 모르고, 세상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스스로 속고 있다며 걱정을 하는 싯구도 있다. /필탁이 야밤에 술독 주위를 방황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스럽고/ 술김에 지은 도연명의 시가 우습구나./ 필탁은 동진시대 이부랑을 지냈으며 술을 무척 좋아했던 사람으로 술을 훔쳐 마시다가 관원에게 붙잡히곤 했으며 술의 대명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교연은 술보다는 차를 마시는 것이 완전하고 참된 것이며 정신을 맑게 하는 것으로 보았다. 아마도 섬계에서 보내온 차가 그의 번뇌를 씻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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