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권자(有權者)인가 무권자(無權者)인가
나는 유권자(有權者)인가 무권자(無權者)인가
  • 이용섭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 승인 2021.03.31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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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가 전국 21곳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선거가 실시되고 있으며 전북에서도 김제시의회의원보궐선거를 치르고 있다.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예산만 해도 937억이 든다. 이 비용에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쓰는 비용은 빠졌다. 이런 어마어마한 선거비용을 쓰는데도 최근 3년간 치러진 재·보궐선거 투표율을 분석해보면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율 60.2%보다 정말 많이 낮다. 심지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선거도 있었다.

이 맘 때가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투표를 했는지 자주 물어본다. 그러면 대부분 사람들은 당당하게 투표를 했다고 한다. 당당할 수밖에 없다. 투표를 한 사람이 하지 않은 사람보다 적다보니 투표를 한 것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해지고 자신은 할 일을 다 했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투표는 선거에 있어 유권자의 의사를 나타내는 행위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할 일을 다 한 것일까?

우리는 투표를 하기 위해서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의 됨됨이와 정책을 살펴보고 신중하게 선택한다. 그런데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평소 정치인이 지역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비교 평가하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하게 정치인이 하는 일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치인을 위해 서포터즈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축구나 야구 같은 게임을 하는데 선수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그들은 게임을 잘할 수 있을까? 경기장에 관중도 없고 게임을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선수들은 게임을 할 이유도 동기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수들은 게임을 제대로 뛰지 않거나 떠나게 된다.

그런데 경기장에 관중이 꽉 차있고 TV를 보면서 응원도 하고, 팬클럽을 만들어서 함께 하고 지원도 한다면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뛸 것이다. 왜냐하면 선수들은 자기가 갈고 닦은 기량을 가지고 관중을 감동시키는 것이 주어진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서포터즈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다보면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재미도 더 있게 된다. 더불어 선수들 또한 더 열심히 뛸 것이고 훌륭한 선수들도 발굴되는 등 게임은 선순환이 될 것이다.

어쩌면 축구나 야구에서 서포터즈로서의 역할보다 정치인을 위한 서포터즈의 역할이 훨씬 더 쉽고 더 필요한 일이다. ‘우리 동네 정말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해결해주세요.’‘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런 제도를 만들면 좋겠습니다.’‘당신이 한 것 중에서 이런 것은 정말 잘 했습니다.’‘당신이 한 일 중에서 이런 것은 좀 바꾸면 어떨까요?’등등을 SNS나 홈페이지에 올려도 되고 전화 한 통만 해도 된다. 어렵지 않죠? 여러분은 해보셨나요?

투표는 유권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투표를 했다는 자체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당당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지금까지의 여러분은 선거기간 동안만 유권자였거나 어쩌면 투표하는 날에만 유권자였고 나머지 날들은 무권자였었는지도 모른다.

이용섭<전북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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