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활동으로 예술인 등록”…복지 사각지대 설움 ‘비보이’
“연극활동으로 예술인 등록”…복지 사각지대 설움 ‘비보이’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1.03.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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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중인 비보이 / 전북도민일보 DB
경연중인 비보이 / 전북도민일보 DB

“비보이인데 예술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주에서 비보이로 활동하는 A(27) 씨는 한국예술복지재단의 예술인 등록을 위해 증명 서류를 준비하다 여러 번 난관에 부딪혔다. 비보이 활동을 증명하기 위해 본인이 출연한 공연 팸플릿이나 홍보물을 제출해야 했으나, 가지고 있는 자료가 없었다.

결국 자신의 활동분야가 아닌 연극공연에 다섯 차례 출연해 얻은 팸플릿을 증거 자료로 내 예술인으로 겨우 등록할 수 있었다. 팸플릿에는 A씨의 이름과 맡은 배역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 사업은 예술활동을 생계 수단으로 하는 예술인을 확인하는 제도로 지난 2011년에 도입됐다. 지자체에서도 여러 지원 혜택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자격기준으로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예술활동 증명을 위해 분야마다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비보이의 경우 무용에 해당된다. 제출 가능한 자료는 ▲포스터, 리플릿 표지/내지, 언론매체 기사(자신의 이름 기재), 출연계약서 중 하나 ▲수입 내역과 예술활동 확인자료(작품명/발표연도/일시/신청자명/역할/주최주관 확인가능한 계약서, 리플릿, 도록, 포스터, 프로그램북) 등이다.

어떤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본인 이름이 기록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비보이들은 팀 활동 위주이다 보니 각종 홍보물에는 팀 이름으로 명시된다. 주로 초청공연과 이벤트성 공연이기 때문에 행사 주최 측이나 홍보업체에 팀원 개개인의 이름을 기재해달라고 미리 요청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A씨는 “대부분 학교나 마을 등에서 하는 작은 초청공연이 많은데 구두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입 역시 팀 대표에게 일괄 지급되기 때문에 팀원 각각 예술인 등록을 위해 증명자료로 제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예술인 등록 요건이 비보이 세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결국 A씨처럼 아예 다른 활동으로 입증을 해야 하거나, 등록을 포기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비보이 B씨도 “기본자격 요건으로 제시한 기준이겠지만, 진입 문턱부터 현실과 맞지 않다 보니 팀원 9명 중 예술인으로 등록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전북도에서도 복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예술인 등록을 독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인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소외되는 예술인이 없도록 보다 촘촘한 행정력이 요구된다.

전북도 문화예술과 예술지원팀 관계자는 “지원금 사업이기 때문에 동호회나 취미활동 예술인과 구분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서류로 봐야 한다”며 “절차상 어려운 점이 있어 언제든 다른 방안을 찾아보고 안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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