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46) 맹문재 시인의 ‘술 마시는 이유’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46) 맹문재 시인의 ‘술 마시는 이유’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1.03.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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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는 이유’

-어느 광부의 노래

 

- 맹문재 시인

 

단골집이 그리워 마시네

몸속에 든 탄가루 씻어내려고 마시네

술 생각 없어도 예방하려고 마시네

외상술 마시네

삶이 기막혀서 마시네

오늘을 위로하며 마시네

좋은 동료 만나 마시네

돼지고기 안주로 마시네

매미가 팔려온 생애가 서러워 마시네

살아갈 용기 얻고자 마시네

보약으로 마시네

퇴근길 확인하고 마시네

나무 의자에 앉아 마시네

공술도 마시네

막장 사고당한 동료가 떠올라 마시네

그에게 한 잔 주려고 마시네

한잔 받으려 마시네.

 

<해설>

이 시의 부제 “어느 광부의 노래”인데, 광부의 고단한 삶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단골집이 그리워” 마시고 “몸속에 든 탄가루 씻어내려고” 마시고 “삶이 기막혀서” 마시고 “매미가 팔려온 생애가 서러워”서 마시고 “살아갈 용기 얻고자” 마시고 “막장 사고당한 동료가 떠올라”서도 마십니다.

이 중에 “몸속에 든 탄가루 씻어내려고”는 막장에서 일하는 광부의 처지가 오롯이 담겼습니다. 더 나아가 “매미가 팔려온 생애가 서러워”라고 했는데, “매미”란 술집 작부(酌婦)를 은유한 말로, 역시 인생 막장으로 내몰린 여인에 대한 동병상련의 처지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살아갈 용기 얻고자” 퇴근길에 보약 삼아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동자의 아픈 삶을 보여 줍니다.

우리나라 1960,70년대에 석탄산업은 공업화 과정에서 국가산업 발전의 핵심 에너지였습니다. 그 시기에 탄광 사고는 도처에서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그때마다 광부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단골 메뉴처럼 거론됐습니다. 우리의 산업화는 이런 노동자의 희생을 기반에 둔 성과가 분명합니다. 오늘날 정보화 시대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노동자들의 역할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오늘의 노동자의 삶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 시에서 광부가 드나드는 술집 역시 환경이 열악합니다. “나무 의자에 앉아” “막장 사고당한 동료가 떠올라” 술을 마십니다. 특히 탄광 매몰 사고를 당한 동료가 떠오른 것은 현재의 환경도 여전히 열악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인은 먼저 떠난 동료에게 “한 잔 주려고”,그리고 “한잔 받으려고” 술을 마신다고 했습니다.

오늘, 만일 한 잔 할 일이 있다면 먼저 떠난 노동자들을 잠깐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강민숙 시인 /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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