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땅 투기
공직자 땅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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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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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 때 문관 윤석보가 풍기군수 재임 시 고향에 혼자 있던 아내 박 씨가 궁핍한 생활에 채소라도 갈아 먹으려고 시집올 때 가져온 비단을 팔아 손바닥만 한 텃밭을 샀다.

▼ 이를 안 윤석보는 “녹을 먹고사는 사람이 땅을 사면 그만큼 임금님 덕을 먹어 드는 것”이라며 당장 돌려주도록 하고 조정에 사직을 자청하고 있다. 현종 때 대제학을 지낸 김유의 집이 두어 칸밖에 안 돼 아들들이 처마 밑에 자리 깔고 기거하면서 지내던 중 아버지가 평안감사로 나가 있는 사이 마침 비가 새 처마를 고치면서 반 칸 정도를 내어 지었다.

▼ 한동안 처마 증축 사실을 몰랐다가 뒤늦게 안 김유는 남몰래 밤중에 넓힌 부분을 헐고 있다. 공직자가 녹을 먹으면서 땅을 마련하거나 집을 늘린다는 것은 도덕적·윤리적 면에서 있을 수 없다는 게 바람직한 전통 공직풍토였다.

▼ 최근 LH 사태는 신도시 토지확보와 보상 등 업무를 하는 일부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통해 해당 지역 땅을 샀다면 투기행위다. 설령 투자라 해도 엄청난 도덕적 해이를 넘는 행위다. 보도를 보면 세종시 공무원 시흥의 시의원 등 상당한 공직자들이 땅 투기 의혹을 받는 등 확산일로다.

▼ 대통령까지 나서 전수 조사를 지시할 정도로 우리 공직사회 기강의 해이가 극에 이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전주시, 군산시 등 도내에서도 공무원 땅 투기 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겉치레 조사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지방의원 등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땅 투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인 것 같다. “결국 한 평도 못 가져갈 땅. 왜 그리 욕심내느냐”며 지하에서 청백리 선조님들의 호통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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