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 성료 … 여성예술가들이 함께한 의미 ‘N의 반란’
‘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 성료 … 여성예술가들이 함께한 의미 ‘N의 반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3.14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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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내빈 없는 모두가 주인공인 축제
지난 13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열린 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에서 \'토크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김미진 기자)

 여고시절 현악부에서 첼로를 연주했다고 본인을 소개한 중년의 한 여성은 하프연팀의 하프연주에 대해 “청아하고, 곱고, 아릅답다. 좋은 곡을 정말 잘 들었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진심이 담긴 그 목소리에 연주자들 뿐 아니라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금 앙상블 월향팀은 “우리 둘이 팀을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여자 둘이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팀을 결성한 지 4년이 흘렀고, 이렇게 좋은 축제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고 여느 축제와는 다른 분위기의 ‘N의 반란’에 함께한 의미를 객석과 나누었다.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JAWA) 주관으로 13일과 14일 더스토리 카페에서 펼쳐진 ‘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는 축사가 없고 내빈 없는, 모두가 주인공인 축제였다. 무대와 객석에는 누구의 엄마, 할머니, 누나, 여동생, 여자친구가 아닌 ‘N’이라는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이 자리했다. 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가 의미 심장한 축제의 주제에 공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드문드문 중년 남성과 청년 남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객석의 모두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이탈하지 않으며 여성 예술가들의 연대와 실천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13일 오후 2시 첫 공연이 약속된 시간이 되기 훨씬 전부터 카페의 1층과 2층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1층에는 부스팀이 판을 벌였다. 군산에 있는 동네 서점 마리서사는 이번 예술제에 스페셜 메뉴를 들고 찾아왔다. 페미니즘으로 자신의 이름을 찾은 여성들로 프리다 칼로, 젤다 세이어 피츠제럴드,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작가들을 소개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매우 고독하고 때로는 전쟁 같은 치열함을 요구받았던 그들의 예술세계를 담은 책들이 마음을 울렸다.

 이 밖에도 여러 ‘N’들이 참여해 각자의 재능을 뽐냈다.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문구가 담긴 캘리그라피, 설탕을 줄이고 과일 본연의 맛을 살린 저당 수제청, 친환경 베이킹 제품 등 절대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어 그 의미까지도 단단한 건강한 수제품을 선보였다.

 2층에는 전시팀과 공연팀의 발언을 청취하고 만날 수 있었다. 여성의 화장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아보는 쌍방향 소통 해시태그 이벤트부터 작은 사물과 생명체에 투영한 여성의 이미지를 담아낸 텍스트와 서양화, 사진, 스크래치작품 등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토크콘서트에는 김선경 책방 토닥토닥 대표의 사회로 곽지영(보자기 아트), 서서희(성악가), 전은희(판소리), 홍교훈(문화기획자)씨가 나섰다. 이들은 ‘전북문화예술계에서 페미니즘을 말하다’를 주제로 개개인이 페미니즘을 만나게 된 과정, 일터에서 느낀 불평등함과 분노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에 참여한 군산 마리서사 책방의 부스
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에 참여한 군산 마리서사 책방의 부스

 이들이 기억하는 그 끈질긴 경험들은 지구상에서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누구나의 하루 하루와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성 홀로하는 창업이기에 골목보다는 큰 길가에 있는 건물을 찾아야할 것이라는 부동산 관계자의 조언은 평생 문단속을 잘 해야만 하는 여성의 삶과 맞닿았다. 귀족 음악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클래식에서는 남성의 주도하에 여성은 따라가는 서사에 익숙해져 있었고, 일대일의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국악계 안에는 무시할 수 없는 권력구조가 지배하고 있는 현실과도 마주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 특정한 예술장르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일상의 성불평등한 구조와 경험들과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해석되었다.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 구성원들은 “우리가 하는 예술이, 이 작은 반란이 목소리가 되어 지역의 여성들을 대변할 수 있길, 재난과 질병 속에서 뒤로 밀리는 여성 권리를 들춰 올리길 소망한다”며 “여성예술인이 동등하게 결정권을 가지고 어떤 창작현장에서도 성적대상으로 소비되지 않으며 공평하고 공정하게 평가받고 자유롭게 창작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힘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가 열린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스토리카페 1층에 마련된 부스팀의 수공예 작품과 책 등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모습.(김미진 기자)
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가 열린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스토리카페 1층에 마련된 부스팀의 수공예 작품과 책 등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모습.(김미진 기자)

 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는 그렇게 작지만 단단하고 소중한 첫발을 내딛었다. 시작이 반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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