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 학문의 자유? 역사는 결코 자유가 아니다.
논문이 학문의 자유? 역사는 결코 자유가 아니다.
  • 신상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 승인 2021.03.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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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논문을 써 국제적 물의를 빚은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역사왜곡 논문은 써놓고 토론은 다른 학자들의 몫이라는 발언으로 우리모두를 또 한번 아연질색케 했다.

램지어 교수는 논문이 ‘학문의 자유’ 라고 주장했지만 하버드대학신문 편집진은 “램지어 논문은 다른 의견이 아닌 허위정보를 전달한다”라면서 “그러므로 학문의 자유 보호영역에 놓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세계적 논란의 중심인 램지어는 지난 2019년 발표한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립 보안업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사적인 치안 수단을 찾는다는 논리를 전개하며,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예로 들었고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조선인의 범죄에 대한 일본인들의 정당방위였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과도 그맥을 같이 하며 논문을 픽션화 했다.

하지만 역사적 실상은 1923년 9월1일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같은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 자경단과 경찰이 조선인 수천명을 학살한 했다는 이야기가 정설이다. 램자이어는 ‘조선인 폭도가 집에 불을 지르며 요코하마에서 도쿄로 올라오고 있다’ 같은 당시 일본 일부 언론의 일방적 주장인 일본 신문 기사를 인용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이런 기사들을 학술적으로 진지하게 조선인 폭동의 증거로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지진 직후 극도의 혼란기에 일본 신문들이 대거 가짜뉴스(페이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지진 3년 뒤인 1926년 일본 내무성이 ‘조선인 폭동’에 관한 것을 포함해 각종 오보 예를 제시했을 정도니 말이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심지어 일본의 우파 인사들도 오랫동안 부정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사회 우경화 강화 경향에 따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왜곡하거나 심지어 부정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램자이어가 쓴 이 논문은 온라인 상 이미 올라와 있고 심지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내에서 조차 오보, 가짜뉴스라고 인정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말이다. 오호 통재라!

필자 뿐 아니라 역사학자와 심지어 래자이어가 소속된 미국 하버드 학생회 조차 이런 엉터리 역사 왜곡 논문을 경제 연구나 법제 연구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하버드 교수의 명의를 내세워 미국뿐 아니라 세계 유명 학술 출판사가 게재하는 일이 없도록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연일 그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그예로 하버드대 교내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에는 지난 11일 ‘일본의 위안부 침묵에서 램지어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로스쿨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 왜곡에 대한 비판 기고를 올렸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2015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 정부와 군에 의해 강제 징용된 위안부의 고통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피했다며 6년 후 하버드는 이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에 대한 논쟁의 한 가운데에 다시 서게 됐다고 평가했고 일본 정부와 군은 당시 한국,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일본 점령 산하의 다른 나라와 영토에서 이 희생자들을 징집했다며 “램지어의 논문은 핵심 출처에 대한 추론, 논문의 근거사실 및 회피의 차이 때문에 학자들과 학생들 모두에게 즉각 비난을 불러일으켰다”고 명시했다. 심지어 하버드 학생들은 램지어의 논문 출판은 단독적인 사건이 아니라 “역사를 새로 쓰고 위안부 희생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한 일본의 지속적이고 부단한 로비로 역사적 왜곡에 적합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 역사는 결코 과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E. H. Carr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끝없는 대화라고 보았다. 이 말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역사 인식이 과거의 사료와 유적만큼 중요한 변수가 된다. 물론 역사는 철저하게 사실에 기초하여 쓰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과 설명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인식과 선택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많은 사람이 유명해지고, 때로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겨지기를 원한다. 동기와 방법, 목적에 따라 아름다울 수도 있고, 아니면 추할 수도 있다. 근래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교수의 망발은 일본 제국주의 우성향의 기업후원에 따른 로비임이 명약관화하다. 논문이 학문적 자유가 비록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객관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거짓된 ‘His story’가 아닌 진실한 ‘history’를 써가는 진실하고 믿을만한 세계적 명문대학의 떳떳한 학자가 되길 필자는 이글을 빌어 권유해 본다.

진정한 반성과 화해는 역사적 진실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고 역사 왜곡은 배타적 민족주의를 불러오고 그 지역을 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 갈 수 있음을 재인식하길 바란다. 결코 역사는 학문적 자유의 대상이 아니다.
 

신상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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