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립미술관 특별기획전시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 정읍에서 사랑에 빠지다’
정읍시립미술관 특별기획전시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 정읍에서 사랑에 빠지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3.07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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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개막한 정읍시립미술관의 특별기획전에는 3월 6일 현재 총 2,200명(관내 928명·관외 1,272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6일 전시관 모습(정읍시립미술관 제공)

 지난달 18일 개막한 정읍시립미술관의 특별기획전이 보름여의 기간 동안 2천여 명의 관객 동원하며 입소문이 나고 있다.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 정읍에서 사랑에 빠지다’를 주제로 펼쳐지고 있는 이번 전시는 파블로 피카소의 실제 작품을 정읍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흔치 않은 기회로 주목된다. 피카소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았던 20세기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도 구성해 전시해 예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5일 봄기운이 코끝까지 찾아온 날 방문한 정읍시립미술관에서는 20세기 용광로처럼 뜨거운 삶을 살았던 예술가들이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1층 전시실에서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81점을 전시 중이다. 피카소의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강렬하다 보니 한 공간에 잘 어울리도록 구성하는 일이 큰 과제였을텐데, 판화로 시작해 투우 시리즈, 입체도자와 플레이트 도자까지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에 공을 들인 관람 동선이 눈에 들어왔다.

 전시는 큐비즘으로 대표되는 피카소를 증명하는 여인의 얼굴시리즈로 출발했다. 2차원적인 회화가 주류를 이루던 당시에 한 화면에 다시점을 구현한 그의 작품세계는 매우 혁명적인 일이었다. 유화 작품으로도 유명한 ‘알제의 여인들’의 판화시리즈는 한 작품을 여러 번 고쳐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유화보다 그 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판화의 아킬레스건인 복제의 개념을 깨뜨린 제작기법이 눈에 들어왔다.

 피카소의 투우 시리즈는 도자기를 하나의 캔버스로 여기면서 입장부터 소를 끌고나가는 장면까지 투우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묘사한 작품이다. 노란 바탕 위에 간략하게 표현한 인물과 소, 붉은색의 뮬레타, 그리고 점을 찍어 묘사한 관객들로 새로운 조형세계를 열어보이고 있다. 피카소는 타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스페인의 정취와 향수를 투우로 형상화하는 작품을 자주 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부엉이의 모습을 담은 도자 플레이트 작품과 피카소를 닮은 다양한 디자인의 도자 작품, 은접시에 돋을 무늬 세공 등으로 완성한 실버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피카소에게는 어떠한 재료를 가져다 주어도 작품이 되었다. 블랙홀처럼 기존의 세계를 빨아들이고 끌고 가는 그의 작품들이 펼쳐진 공간에는 팽팽한 긴장감까지도 감돌았다.

 2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모두가 사랑한 화가 마르크 사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색채의 마술사로 평가되는 샤갈의 작품 중에는 ‘파리 하늘의 두 남녀’가 전시되고 있는데, 한 여인을 평생의 뮤즈로 그림을 그렸던 그의 삶과 이야기가 있는 그림 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들게 된다.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의 작품은 전쟁으로 모든 예술이 파괴되어 버린 20세기 초 예술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피카소와 함께 입체주의를 창안한 브라크의 작품도 전시되고 있었다. 여성화가 마리 로랑생의 작품 앞에서니 몽환적이면서도 에로틱한 감성이 들끓는다. 이 봄, 로랑생만의 칼라를 가슴에 담아 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어 앵포르멜을 대표하는 장 포트리에와 그의 영향을 받은 장 뒤뷔페, 야수파를 이끌었던 모리스 드 블라맹크, 무한한 공간 예술가 루치오 폰타나까지 현실적으로 한 공간에 담아내기란 불가능할 것만 같은 내용을 끌어 모은 특별기획전을 통해 코로나 블루로 지친 마음을 씻어낼 수 있다.

 장효승 작가는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들을 재해석한 영상 작품을 선보이고, 하준수 작가는 AI를 활용해 피카소의 화풍으로 시민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흥미로운 작품으로 소통한다. 사진작가 앙드레 빌레르가 촬영한 사진 작품에서는 피카소의 인간적인 면모도 살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6일 현재 총 2,200명(관내 928명·관외 1,272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들었던 날은 344명(관내 108명·관외 236명)이었다.

 전시 관람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시간 입장 가능하며(오후 5시 입장 마감)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유료(정읍시민 2,000원(신분증 제시)/관외 5,000원)이며 카드결제만 가능하다. 정읍을 좀 더 둘러보고 싶다면 전라북도청 전북투어패스 사업단과 함께 추진한 전북투어패스 정읍시립미술관 특별전시권을 활용하면 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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