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에 대하여’
- 김선주 시인
내 목에 단단히 조여진 둥근
목둘레가 붉다
고통은 슬픔을 이기지 못했다
대문을 열 수 없는 식물처럼
달빛에 흔들리는
거미줄을 잡고
겨우, 줄의 길이만큼
떠났다 돌아오는 자유에 대하여
절뚝거리는 질주에 대하여
둥글게 몸을 뻗어
등뼈는 축축한 잠을
나이테 위에 그리고 있다
<해설>
얼마 전 통영에 있는 미륵산을 가다 보니 통영 앞바다를 내다뵈는 전망 좋은 암자가 있었습니다. 스님, 스님 불러도 스님은 절에 안계시고 일주문을 막 들어서니 개조심이라고 써져있고 진짜로 아주 큰 개가 목줄에 채워져 절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흔히 대문 어름에 목줄로 고정된 개와 개집을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개의 일상이 평화롭게 보이지만, 이 시를 읽으니 자못 죄스러운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여태 저들을 학대하고 있었구나.
단단히 조여진 목줄로 인해 목둘레에 둥글게 생긴 붉은 상흔이 보이네요. 그런데 시에서는 그 목줄을 “고통은 슬픔을 이기지 못할” 만큼이라고 했네요. 목줄이 주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 말하고 있습니다.
이어, 대문을 열 수 없는 식물처럼 무엇도 할 수 없는 개의 나약하고 서글픈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네요.
개가 누리는 자유는 고작 줄의 길이 만큼이라고 했습니다. “겨우, 줄의 길이만큼/떠났다 돌아오는 자유에 대하여/절뚝거리는 질주에 대하여” 그리고 짧은 자유를 절뚝거리며 질주하는 개의 안쓰러운 모습을 만날 수 있네요.
“둥글게 몸을 뻗어/등뼈는 축축한 잠을/나이테 위에 그리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목줄이라는 굴레에서 살아온 세월이고, 결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더 가슴 아프다고 했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나니 문득 나도 지금 어느 목줄에 매여 사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차피 우리의 삶도 좀 떨어져서 보면 쳇바퀴 돌리듯 제한된 굴레에 매여 사는 서글픈 존재가 아닐런지요.
햇살 밝은 날 아침에 드는 상념입니다.
강민숙 시인 /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