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에 대하여
허용에 대하여
  • 이윤자 전주시의회 의원
  • 승인 2021.03.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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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인류는 자연 일부로 자연의 품에 안겨 살았다. 의식주 모두가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 자체였다. 그러다가 진화라는 미명하에 문명이라는 것이 생겨나면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가공한 것들로 서서히 바뀌어갔다.

 그렇게 진화해 오면서 인간과 자연은 서로 많은 허용을 거듭해왔다. 허용을 하면서도 자연은 가끔 지나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며 인간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대나무가 바람을 허용하기 때문에 부러지지 않고 버텨내듯이 인류도 자연의 경고를 받아들였기에 멸망하지 않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코로나19를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허용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지구를 함부로 대할 때마다 자연은 어떤 방식으로든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코로나19 또한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에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어떤 사람들은 그 메시지의 무게를 무시한 채 마치 코로나19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과연 그럴까? 인간이 만든 백신으로 자연의 경고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는 자연의 경고를 무시할만한 힘이나 항거할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코로나19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고 덤비는 것은 오만한 행위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틸 힘을 키우면서 자연이 스스로 거둬들일 때까지 겸허히 기다려야 한다.

 영원불멸할 것 같던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밀어닥치고 허리케인이 도시를 초토화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탐욕에 대한 자연의 보복일지 모른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 재앙을 불러온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웬만한 부모들은 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경계를 넘어서지 않으면 눈감아준다. 그렇듯이 자연도 인간이 하는 짓을 훤히 다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 선까지는 허용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 행위가 지나치다고 여겨지면 서슴없이 경고를 보낸다.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온 질병 중에 자연에서 파생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자연이 자연적으로 그 질병을 거두어들였지 인간의 힘으로 소멸시킨 적 또한 한 번도 없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의 경고를 허용하고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바로 보여준다. 사람의 몸은 균이 없으면 살 수가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필요악적 존재인 균과 항체가 늘 대립각을 세우고 면역력을 형성하여 몸을 지탱해 나가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인간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로 인해 생활의 리듬과 직업의 수행과정이 크게 바뀌었고 문화적 접근법 또한 다양한 통로가 생겨났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이 자연의 경고를 허용하고 순리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허용은 더 큰 허용을 부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을 테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절대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태고적부터 흘러내려 온 그 섭리를 거부하고 역류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남길 뿐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행위가 미래의 후손들이 살아야 할 오늘을 만들어주는 초석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질문명은 이미 과대팽창하여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위대한 유산은 물질문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존된 자연이라는 것을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전주시의회 의원 이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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