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흐르는 삶에 대한 성찰, 서정임 시인의 ‘아몬드를 먹는 고양이’
끊임없이 흐르는 삶에 대한 성찰, 서정임 시인의 ‘아몬드를 먹는 고양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3.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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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과류는 고양이의 소화 흡수에 불리할 수 있어 되도록 피하면 좋은 음식이라고 하는데, 시인의 작품 속 고양이는 너무 고소하고 고소해 아몬드를 먹는다. 진짜 고소해서인지, 누군가의 입맛에 길들여진 자신을 버리기 위한 몸부림인지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일련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시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의 시집을 탐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서정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몬드를 먹는 고양이(문학선·1만원)’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표현으로 독자를 유혹한다. 시인의 시는 대부분 환유나 은유를 시법으로 삼고 있는데, “그것은 관습적인 표현이나 규범적인 서술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뜻으로 이러한 시적 언술 양식은 서정임 시의 유니크한 스타일(홍신선 시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의 시는 일상적 삶의 성찰을 수월하게 보여준다. 아파트 누수 문제로 아래집과 서로 얼굴을 붉힌 상황에서 저 꼭대기 층부터 쏟아진 말의 근원을 쫓는가 하면, 갯벌의 생태계를 빌어 진흙탕 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인생을 깨닫도록 안내한다. 노인을 상대로한 물품판매업을 즐거운 감옥이라 치환시키더니, 노인전문요양병원에 입소한 이가 아들 내외를 기다리는 마음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파란대문에 투영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이처럼 시인은 시작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아주 성실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따뜻하고 평온하게 말이다. 그래서 그 언어는 큰 공감을 산다. 고봉준 문학평론가는 “서정임의 언어는 끊임없이 어딘가로 흘러가려고 한다. 물, 구름, 날개, 연기, 바람…, 이 모든 것들에서 시인은 흐름에의 의지를 읽는다”고 했다.

 서 시인은 남원에서 태어나 2006년 ‘문학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가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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