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20분 만에 2명 교체’…K리그1 규정 변화가 낳은 진풍경
‘시작 20분 만에 2명 교체’…K리그1 규정 변화가 낳은 진풍경
  • 연합뉴스
  • 승인 2021.03.0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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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도 무사히 개막한 2021시즌 프로축구 K리그1에 22세 이하(U-22) 선수 출전 규정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시즌 K리그1에선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허용한 교체 선수 5명 확대 방침이 도입됐다.

그런데 이 때문에 유망주 육성을 위해 운영돼 온 기존 U-22 선수 출전 규정이 유명무실해질 상황에 놓이자 둘을 연계한 후속 조치가 나왔다.

U-22 선수가 1명 이상 선발 출전하고, 전체 엔트리(18명)에 U-22 선수가 2명 이상 포함되면 5명까지 교체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U-22 선수가 1명만 선발 출전했다면 대기 중인 U-22 선수가 교체 투입돼야 5명까지 교체할 수 있다. U-22 선수가 교체 투입되지 않으면 교체는 3명까지만 허용된다.

복잡해진 규정에 각 팀이 저마다 해법을 찾는 가운데 공식 개막전인 지난달 27일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경기부터 변화된 제도가 ‘신 스틸러’로 등장했다.

전북이 후반 32분 한교원과 주전 골키퍼 송범근을 빼고 최철순과 2001년생 골키퍼 김정훈을 내보낸 것이다.

경기 중 골키퍼를 교체하는 건 드문 일인데, 전북이 이미 교체 카드 3장을 쓴 뒤 한교원의 부상이라는 변수가 발생한 터다.

한교원을 최철순으로 바꾸려면 추가 교체 카드가 필요했고, 그러려면 U-22 선수 한 명이 교체로 나서야 했기에 김정훈이 전격 투입됐다.‘

골키퍼 교체만큼이나 흔치 않은 전반 이른 시간의 2명 동시 교체 사례도 연이어 나왔다.

수원 FC는 27일 대구 FC와의 경기에서 양 측면 공격수 자리에 선발로 나선 U-22 선수 조상준, 이기혁을 시작 16분 만에 김승준, 정충근으로 교체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도 28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1라운드에서 좌우 측면에 내보낸 U-22 선수 박창환, 김채운을 전반 21분 아길라르, 지언학으로 바꿨다.

두 팀 모두 U-22 선수 2명을 선발로 내보내 의무 출전을 충족한 뒤 기존 주전급 선수를 교체로 투입해 정상 전력을 가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득점을 만들어냈다. 김승준은 페널티킥을 얻어내 양동현의 선제골을 끌어냈고, 아길라르는 직접 골을 터뜨렸다.

진풍경이 속출하면서 현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전북 유스인 영생고 출신으로 2019년 준프로 계약을 통해 입단한 김정훈이 뜻밖의 계기로 이번 라운드 K리그 데뷔전을 치른 것처럼 기회를 얻는 선수들이 나올 수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럴 때 눈도장을 찍은 선수가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교체 카드 확보를 위해 잠깐 기용하는 수준으로 U-22 선수 출전을 충족한다면 정상적인 팀 운영이라고 보기 어렵고, 선수에게 좋은 영향만 줄 수는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수 강원 FC 감독은 1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U-22 규정이 복잡한데, 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15분 만에 2명을 교체하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인가, 어린 선수를 키우는 것에 부합하는가, 전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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